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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칼럼] 북미회담과 대한민국의 미래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일간투데이
  • 승인 2018.06.20 15:37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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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6·12 만남은 세기의 만남치고는 다소 맥 빠진, 알맹이 없는 회담이었지만, 70년 적대를 풀고 만남을 시작했다는 데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CVID가 빠져있고, 종착역에 이르는 시간표도 없고 거쳐야할 중간역도 빠져있지만, 또 한미훈련중단이 언급되면서, 더 큰 숙제를 남겼다고 해도 큰 걸음을 뗀 것으로 봐야 한다. 회담이후 트럼프가 김정은을 칭찬하며 인간적 신뢰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공동선언 외에 별도의 이면 부속합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설마 계약서를 꼼꼼히 읽지도 않고 도장을 찍고 나서, 사람이 좋아 보이니 걱정마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게다.

■ 외줄타기 보듯 ‘北비핵화 밀당’

정전협정이란 군사행동의 정지를 위해 교전 쌍방 군사령관 간에 맺어진 군사협정으로,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은 6·25 전쟁의 산물로, 어느 일방도 승리하지 못한, 즉 승자도 패자도 없는 가운데 봉합된 협정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을 강력히 반대했다. 정전협정은 전 국토를 파괴하고 전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줬는데, 단순하게 제자리로 돌리는 봉합에 불과했기에, 또 통일을 좌절시켰기에, 그 반대는 정당했다.

정전협정의 서명자와 전쟁의 당사자는 구별된다. 정전협정은 전쟁에 직접 참여한 군사령관이 서명하는데 군사령관들은 서명자일 뿐, 전쟁(또는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관련 국가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협정의 서명자에서 생략됐다고 협정의 당사자성이 부정되거나 배제될 수 없다. 정전협정의 서명자는 유엔군, 조선인민군, 중공인민지원군의 사령관이지만, 교전의 당사자는 남한과 북한이며, 넓게는 군대를 파병한 16개국과 중공으로 봐야 한다. 유엔군 총사령관은 16개국을 대표해서 정전협정에 서명한 것이다. 세계 제2차 대전 때에도 연합국이 연합군을 구성했지만 연합군사령관이 휴전협정에 서명했다. 유엔 안보리는 16개국 파견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통합사령부인 유엔군 사령부(유엔사)를 두고 미국이 사령관을 임명토록 했으며, 맥아더가 유엔군 사령관에 임명됐다. 우리가 서명자에서 빠진 이유는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의 효율적 관리운영을 위해 유엔군사령부에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이양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강화조약(평화협정)과 구별된다. 중국은 종전선언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하는데, 6.25 전쟁에서 18만이 넘는 희생자를 냈고 정전의 서명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전선언이 ‘남북미’ 간에 이뤄질 것을 희망하지만, 트럼프가 북미회담에서 일방적으로 종전을 선언해도 인내할 수밖에 없다. 국제질서에서 운행되는 버스에는 약자를 배려하는 좌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못 막은 ‘핵보유’…사용만은 막아야

평화협정이란 교전당사자간의 전쟁종료의 합의로서 잠정중단인 정전협정과 구별된다. 1975년부터 2011년까지 216개의 평화협정이 체결됐다고 하니, 인류는 어지간히도 많이 싸웠다. 평화협정은 남북한이 당사자로, 미국과 중국이 보장자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과 중국이 보장자로 참여해야 할 필요성은 평화협정에는 국제협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평화협정은 한반도 주변질서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서해 북방한계선 NLL은 효력을 상실하면서 서해 5도 주변 12해리만 우리의 영해가 된다. 북한의 영해는 12해리까지 남쪽으로 확장돼 북한선박은 이를 통해 쉽게 공해로 나갈 수 있게 된다. 또 평화협정은 북한을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하게 돼 헌법 제3조와 충돌할 수 있으며, 평화협정은 자칫 영구분단을 제도화할 수 있어 헌법 제4조의 통일조항의 규범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서 보듯, 평화협정은 약속일 뿐 평화를 창조하거나 보장하지 않는다. 평화공존 의지가 없고 평화체제에 대한 전망과 기대가 낮을 경우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믿기 어렵고 뒤통수만 치는 집단으로, 대화보다는 항복시켜야 할 상대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북한이 보여준 행동 때문인데, 틀렸다고 볼 수 없다. 그 간의 모든 압박도 대화를 위한 것이었고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대화노력이 제자리 뛰기 같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아 보여도 북한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금번 북미회담도 죽을 뻔했다가 문 대통령의 김정은과의 번개 미팅으로 다시 살려냈고, 김정은의 자존심을 덜 상하게 하면서 외투를 벗을 수 있도록 감싸준 문 대통령의 햇볕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강도 높은 압박의 찬바람이 김정은의 외투를 벗게 한 면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또 북한이 벼랑 끝에서 더 이상 발을 내디딜 수 없게 됐을 때에는 대화에 나올 것으로 봤고, 핵완성 후에는 ‘대화 및 평화’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봤는데, 예상대로다. 김정은의 마음에 진정한 비핵화가 있는지 아니면 일단 생존을 모색하고 후일을 도모하려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대화를 해도 핵을 개발했고 대화를 안 해도 핵을 개발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어리석음(?), 아니 시행착오로 북한의 핵보유를 막지 못했는데, 적어도 핵사용만은 막아야 한다. 북미회담이나 판문점회담 역시 CVID를 담보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남북미중 간의 밀당은 고공 외줄타기를 보듯 아슬아슬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의 명운이 걸려있는 경계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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