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좀 더 신중하고, 정밀한 검토과정을 거쳐 정책 수립을 해야겠다. 여권은 20일 ‘주 52시간 근로제’의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와 관련, 6개월의 계도 기간을 요청한 것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현장에서의 제도 연착륙을 위해 당분간 행정지도감독은 처벌보다 계도 중심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사실 근래 산업 현장은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특히 중소기업이 심하다. 당초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일의 특성상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업종이 적지 않은 데다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볼지에 대한 정부 기준과 세부 지침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중소기업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려면 인력을 10~30% 정도 더 뽑아야 하지만 채용 확대가 쉽지 않다. 노동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한 번 뽑으면 해고 등 구조조정을 하기가 힘들다. ‘고용 유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이유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단위 기간에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필요하면 추가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이 2주(취업규칙) 또는 3개월(서면 합의)로 다른 선진국보다 짧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납품 기한을 지키기 어렵다며 애로를 호소하는 현실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여권이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6개월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은 만시지탄이다. 이번 기회에 자연재해 등에 한해서만 허용하는 ‘인가연장근로’(예외적인 연장근로 허용)의 확대도 긍정 검토하는 등 기업 현실을 고려한 정책 대안을 내놓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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