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귀향-. 6·25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유해 100여구가 북한에서 미국으로 송환되고 있다. 70년이 다 되는 세월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양국 간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김 위원장이 즉시 송환 절차를 시작하기로 약속해 이번에 실천되고 있다. 가슴 아픈 전쟁 상흔이다. 3년간의 한국전쟁은 우리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다. 군인의 경우 21개국 유엔군과 한국군 약 18만 명이 사망했고, 공산군 측에서도 북한군 52만 명, 당시 중공군 90만 명이 사망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국군과 유엔군 전사자 상당수가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군 13만7천여명이 전사하고 3만2천여명이 실종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12만 명은 아직 유해조차 찾지 못했다.

■국군 등 18만 명 전사…13만명 ‘未歸’

미군 전사자 수도 3만3천642명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수천 명이 행방불명 상태다. 미국 DPAA(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에 따르면 한국전쟁에서 7천800명 이상의 미군이 실종되거나 유해가 회수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약 5천300구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들러 전사자 명비(名碑)를 보자. 기념관을 바라보고 왼쪽의 유엔군, 오른쪽의 국군 전사자 이름들을 읽노라면 숙연함에 이어 탄식이 절로 나온다. 미군의 경우 알파벳 순서에 따라 50개 주별로 소개한 동판은 참담함 그 자체다. 저 젊은 목숨들, 모두 부모형제가 있고 자녀도 있었을 터인데 이국땅에서 숨져 갔으니….

전사자 명비 상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국민의 부름에 응했던 그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한때 미국과 북한은 공동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해왔다. DPAA와 북한 공동발굴단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33차례에 걸쳐 200구 이상의 미군 유해를 수습해 미국으로 송환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국은 이에 따른 보상으로 북한에 1천500만 달러(약 164억8천500만원)를 지불했다. 하지만 이후로 2007년 북한이 유해 6구를 송환한 것을 제외하곤 합동 유해발굴작업은 중단됐다. 2012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다. 그러다 이번에 ‘작은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미군 유해는 포로수용소, 함경도 장진호 같은 주요 전투지역, 유엔 임시묘지, DMZ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군 용문산 전투서 2만명 전사

물론 북한군과 중국군 전사자와 미송환 유해도 적잖다. 예컨대 한국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됐던 용문산 전투는 중부전선 요충지인 경기 양평 용문산을 탈취하기 위해 당시 중공군 63군단이 닷새(1951년 5월18~22일)에 걸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피아간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중공군은 아군 6사단의 용전분투와 항공·포병화력에 의해 치명적인 손실을 입고 21일 새벽 북으로 철수를 개시했다. 중공군은 전사 1만7천177명․포로 2천183여 명의 피해를 냈다. 아군 피해는 전사 107명, 부상 494명, 실종 33명에 그쳤다.

역사의 구비마다 민생은 큰 희망과 비극 사이에서 자의든 타의든 삶과 죽음의 춤을 추게 된다. 한반도는 또 다시 미증유의 격랑 한가운데 서있다. 안팎으로 한국전쟁 이후 지속된 70년간의 비극을 해결하고자 남북 및 국제적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해 전 세계 민주주의 체제 국가들과 정치, 경제, 문화적 협력관계를 맺어나가길 바란다. 이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가 더욱 가까워지고 동북아 안정, 평화세계가 머잖아 도래함을 뜻한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하나 돼 이들 ‘실종 전사자 영령’이나마 가족 품에 안기게 해야 한다. 또 있다. 이산가족 등의 자유왕래와 만남이다. 피 맺힌 한이 향연(香煙)처럼 피어오르고 있음을 보노라면 가슴 저리지 않은가.

미·중·러·일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한민족이 처한 현실은 반목하기엔 갈 길이 멀고 험하다. 같은 뿌리에서 난 상생 관계임을 확인하고 21세기 한민족의 세기를 맞기 위해선 뭉쳐야 한다. 전쟁기념관 정문 조형물엔 이렇게 쓰여 있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않는다(Freedom is not free).” 그렇다. 한민족의 번영도 저절로 오지 않는다. 8천만이 단결해야 하나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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