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25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 기업들만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집계한 5월 회원국의 BCI(Business Confidence Index·기업확신지수)는 한국이 98.74로 자료가 있는 25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했다. BC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지 못하면 경기가 좋아질 것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5월 취업자 증가 폭이 7만2천명에 그쳐 2010년 1월(-1만명)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게 보여주듯 고용 부진이 극심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악재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심리가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랭한 터라 미래 암울함을 더하고 있다.

사실 OECD의 경고신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OECD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수출입물가비율, 장단기 금리 차이, 자본재 재고지수, 코스피 등의 6개 지수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제조업 취업자 수 급감이 뒷받침하듯 곳곳에 도사린 대내외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경제성장률 달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천5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상환부담 등으로 인한 실질 구매력 둔화로 소비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리스크로 연결되며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7월 시행될 근로시간 단축 등은 중소기업에 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반기엔 경기 하방리스크가 많아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짙은 그늘’을 걷어내야 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비서관 등을 바꾸는 중폭 개편을 단행했다.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와 기업이 비상한 자세로 경제 위기를 돌파해야겠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던 외환위기 때보다 더 위기 상태라는 게 현업 종사자는 물론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는 사이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주력 산업들이 무너지고 성장절벽에 부딪쳤다. 기업들은 실업자를 쏟아내며 쓰러지고 가계는 소득이 없어 빚더미 위에 올라앉고 있다. 노·사·정이 하나 돼 경제한파를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인건비 상승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고, 나아가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하기 전 2018년 16.4% 인상의 효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게 최선이라는 OECD 권유를 가볍게 듣지 않길 바란다. 이른바 속도 조절론이다. 정부는 적어도 소득 주도 성장정책의 속도 조절을 하되 혁신성장 정책은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 경제성장이 선행돼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주도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반칙 없는 공정한 사회질서 확립, 4차 산업혁명시대 규제혁파를 통한 성장 엔진 확보, 최선의 복지체제 구축, 한반도 주변 열강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외교 안보상의 주도권 확보 방책 등 에 대한 진지한 고뇌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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