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도쿄대, '제4차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 학술 세미나 열어
플랫폼 노동자, 기존 노동법 적용 안돼 각종 급여·권리 소외돼
노동법상 '노동자성' 요건 완화…사회보장 수급권 기회 확대
일본, 노동법

▲ 서울대 법학연구소와 노동법연구회는 일본 도쿄대와 함께 27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근대법학교육 100주년기념관에서 '제4차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비교 노동법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4차산업혁명으로 노동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 노동관계에 큰 변화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스마트폰 앱이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업무 요청을 받아 일을 하는 이들)'의 법적 지위 보장과 사회보장권 확대 방안을 놓고서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서울대 법학연구소와 노동법연구회는 일본 도쿄대와 함께 27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근대법학교육 100주년기념관에서 '제4차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비교 노동법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4차산업시대,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위험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4차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경제는 전통적인 노동시장, 노동자 지위, 노동조건·교육·훈련 등에 큰 변화를 일으키며 플랫폼 노동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은 고정적인 월급 대신에 수주건수에 따른 성과급을 받고 각종 사회보험에 배제되며 노동조합 조직이나 단체협약에서 소외되는 등 많은 노동권이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 조직률이 10%에 머무른 우리나라 실정에서 4차산업혁명시대 이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정부의 전략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플랫폼 업체에 종속돼 일하는 이들의 고용관계를 고려해 기존 노동법상 '노동자성' 판단 기준인 '종속성' 기준을 완화해 이들에게 그동안 배제됐던 사회보험을 확대·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산업 4.0에 대응한 노동 입법4.0으로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법학연구소와 노동법연구회는 일본 도쿄대와 함께 27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근대법학교육 100주년기념관에서 '제4차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비교 노동법 세미나를 열었다. 아라키 타카시 도쿄대 법학정치학연구과 교수가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디지털 기술 발전과 노동법의 미래'라는 발제를 통해 "전통적인 노동법이 상정하는 사업모형은 법인이 자기 책임하에 노동자를 지시·감독·통제하고 노동자는 그에 종속돼 노무를 제공하는데 반해 플랫폼 노동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사업모형은 정보를 장악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그들의 성과를 평가해 차등적으로 보상하는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에 노동법 체계도 네트워크 사업모형 시대에 맞게 기존 법인 모형 시기 '노동자성'의 판단 근거였던 노동자의 '종속성'·'사용자'·'사용자 책임' 등의 개념을 새롭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의 사회보험은 고용과 연계돼 있어 실업시 각종 사회보장권리로부터 단절될 위험이 있다"며 "노동자가 직장을 옮기거나 실업자가 되더라도 노동자로서의 인격과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출권'으로서 사회보장권리를 확립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취업이 빈번한 플랫폼 노동시대에 맞게 실업 급여 수급권 재충전제도(실업급여 수급 중 취직되면 잔여 수급권을 다음에 새로 실업급여를 받을 때 추가로 받도록 적립하는 제도), 산업재해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처럼 기존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제3의 지위를 특수법이 아닌 노동 일반법 규정에 집어넣어 이들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 보장을 강화하는 한편 기본소득을 통한 복지사각지대 축소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라키 타카시(荒木尚志) 도쿄대 법학정치학연구과 교수는 '일하는 방식의 다양화와 노동법/경제법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과 EU(유럽연합)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유경쟁을 강조하는 독점금지법(공정경제법)과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자유경쟁에 규제를 가하는 노동법은 긴장관계에 있었다"며 "전통적으로 양자간의 중첩이 문제되지 않았던 일본도 최근 독금법상 '사업자' 개념이 느슨해지고 노동조합법상 '노동자' 개념이 확대되면서 중간영역에서 양법 중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규제경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에 일본 공정거래위는 '인재와 경쟁정책에 관한 검토회'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개입하지 않았던 중간 영역인 인재·서비스 시장에서 노동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되고 독금법상 '사업자성'도 가능하면 보호가 더 확실한 노동법을 우선 적용한 뒤 독금법을 적용한다"며 "4차산업혁명시대 플랫폼 노동자 확대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기존 노동자 개념을 확장하는 방안, 노동자와 비노동자(독립자영업자) 사이에 중간유형을 두어 보호하는 방안 등을 넘어 독금법·소비자보호법·사회보장법·세법 등 노동법 이외의 법규제와 조율(Coordination)·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보호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진 이른바 '알파고' 충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노동관계 변화에 민감하다"며 "우리는 지난 10여년간 플랫폼 노동자와 비슷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법적 지위와 사회보장권 확보를 위해 상당한 논의를 한 만큼 이를 토대로 이들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ILO(국제노동기구)가 권고한대로 4차산업혁명을 삶의 변화 측면에서 폭넓게 고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