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세계 무역전쟁이 현실화됐다. 중국이 오는 6일로 예고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앞두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미국과 전면적으로 맞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진출을 차단하자 즉각 미국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해 중국 내 판매 금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세계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미·중간 무역전쟁 단초는 미국이 먼저 불을 붙인 데서 시작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500억 달러(55조6천억원) 상당 중국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중국도 즉각 반격에 나서 역시 5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 중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을 포함한 품목에 관세부과를 발표했던 것이다.

미국이 관세 부과 조치 유예 등의 양보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물밑 협상보다는 전면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다른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관광 금지령’도 시사하고 나섰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주말 미국을 여행하려는 자국민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경고령을 내렸다고 한다. 겉으론 미국의 총격 강도 및 절도 사건 빈발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앞서 미국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강력한 ‘선제경고’를 날린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양국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큰 우리 경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된다. 올 들어 상반기 동안 한국 수출 가운데 중국과 미국으로 간 물량이 각각 27%와 11%에 이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0.9%(연간 38억 달러) 줄게 된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가 80%에 가깝다. 우리의 대비책이 시급하다. 수출 감소와 자본유출의 협공을 막아낼 정도로 방파제를 튼튼하게 쌓아놨는지 점검해봐야 할 때다. 과거 일본처럼 체질 개선을 통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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