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사회적 책무’ 수행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이익잉여금이 총 52조4천300여원에 이르고 있다. 전년 동기(47조5천100여억원) 대비 10.4%(4조9천200여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 가운데 배당이나 상여금 등의 형태로 유출시키지 않고 사내에 쌓아둔 유보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은행들의 여윳돈은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이 올해 1분기에 거둔 당기순이익은 2조5천12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천135억원) 대비 8.6%(1천988억원) 늘었다. 그러나 정작 이 같은 실적의 밑바탕이 된 은행원들은 1년 새 2천명 이상 은행을 떠나야 했다. 지난 3월 말 4대 시중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총 임직원 수는 5만7682명으로 1년 전(5만9811명)보다 3.6%(2129명) 줄었다.
우리나라 금융 산업 구조 상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영역이 은행인데도 역진하고 있는 셈이다.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런 은행들의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주된 이유이다.

더구나 일부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이른바 '대출금리 조작 사태'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자 소득이나 담보를 빠트리는 등의 수법으로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른다고 한다.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로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단순 실수보다 고의나 시스템 문제에 무게가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치권이 대출금리 조작 사태와 관련해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긴 하다. 차제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을 전수조사하고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에게 신속한 환급과 약탈적 대출 방지법의 조속한 국회통과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정부가 기업들을 향해 일자리를 늘리라는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채용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은행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직시할 일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은행 같은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해야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물론 정부 정책이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쪽으로만 질주하고 있는 점도 개선 대상이긴 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부담을 가중시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뺏는 역효과만 낳고 있다. 점점 굳어지는 '고용 없는 성장'을 풀어낼 구조적인 해법이 절실한 현실이다. 자금의 선순환은 경제 활성화의 필요조건이다.

기업의 투자 효과, 이른바 '낙수효과'가 희미해지면서 소수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전반적인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성장과 고용이 선순환을 이루려면 사회적 합의 마련부터 서둘러야 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한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은행 같은 금융서비스업이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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