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건설산업팀 이상우 기자

GS건설 플랜트공사팀 김 차장의 목소리는 최근 중동에서 수주한 ‘이란 가스탈황시설 플랜트’로 한껏 들떠있었다.

비슷한 시기, 미 국무부 크롤리 차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는 한국이 이란에서 대규모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의 우방인 한국이 이란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을 두고 김 차장은 “지난 2006년, 미국이 이란 핵 선제공격 소문이 있을 때도 국내 건설사들은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며 “한국 건설사의 특유의 기업문화로 리스크가 큰 중동 시장에서 잘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력으로 선진국과, 가격으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경쟁에 이기기 위해 한국인 특유의 배짱과 기업문화가 동원된다. 공사대금이 지연돼도 공사를 멈추지 않으며, 웬만한 어려움은 한국인 특유의 치밀함과 근면함으로 돌파한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요? 영향 없습니다!” GS건설 김 차장의 반응은 시쳇말로 ‘쿨’하다. 당연한 말이다. 개별 건설사가 국가 간 갈등까지 해결하며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외교부가 이번 미 국무부 반응에 대한 조치로 한 것이라고는 해외건설협회에 “미 국무부 반응이 있었으니 알고 있으라”는 연락을 한 것이 전부였다.

다행히 이번 ‘이란 가스탈황 플랜트’ 수주는 미국 정부가 이란에 제재하는 에너지개발사업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외교적 문제로 번지지 않고 일단락됐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비난은 외교부가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은 돌봐주는 정부도 없이 어려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미국은 신자유주의가 가장 견고한 국가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의회도, 국가 정책도 움직이는 초강대국인 것이다. 대통령도 세일즈 외교를 하는 마당에 정부가 자국 내 회사 이익을 대변하고 미리 외교적 문제의 불씨를 조치해 놓지 않는다면 그나마 국내 건설사들의 노력으로 존재하는 해외건설수주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김 차장은 이번 수주를 유로화로 결제하기로 한 계약조건이 회사 이익에 유리하게 된 것이 만족스럽기만 하다. 이를 자축하는 파티를 하는 김 차장과 GS건설 관계자들은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이번 GS건설의 ‘이란 가스탈황 플랜트’ 수주액은 한화 1조6000억원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