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처우에 힘든 삶을 영위하는 근로자에게 임금 인상은 당연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급격한 임금 인상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용 증가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7천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됐다. 2010년 이후 인상률이 8.1%를 넘어선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러하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최저임금을 올릴수록 고용감소가 더 커진다고 진단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약속처럼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로 인상할 경우 올해 최대 8만4천명, 내년에 최대 9만6천명, 내후년에 최대 14만4천명의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실에서 설상가상 노동계가 애초 정부 목표보다 1년 앞당겨 2019년도 최저임금을 1만 원 수준인 1만790원으로 43.3%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터무니 주장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경영계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내수 부진에 이어 미국과 중국, 곧 G2(세계주요 2개국) 간 무역전쟁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린 마당에 인건비 상승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노동계의 자제가 요청된다.

그러잖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한국 기업들만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집계한 5월 회원국의 BCI(기업확신지수)는 한국이 98.74로 자료가 있는 25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했다. BC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지 못하면 경기가 좋아질 것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5월 취업자 증가 폭이 7만2천명에 그쳐 2010년 1월(-1만명)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게 보여주듯 고용 부진이 극심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악재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심리가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랭한 터라 미래 암울함을 더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최저임금 결정 시한(7월 14일)을 나흘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6단체가 ‘2019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경영계 입장’ 공동 성명을 발표, ‘고용 대란’과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 위협’을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했다.

정부 역할이 긴요하다. 이른바 속도 조절론이다. 정부는 적어도 소득 주도 성장정책의 속도 조절을 하되 혁신성장 정책은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 반칙 없는 공정한 사회질서 확립, 4차 산업혁명시대 규제혁파를 통한 성장 엔진 확보, 최선의 복지체제 구축, 한반도 주변 열강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외교 안보상의 주도권 확보 방책 등에 대해 고뇌를 할 때다. 정부는 이런 철학적 기반 위에서 노동단체를 설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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