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자문본부 애널리틱스(Analytics)팀 리더

요즘 월드컵 축구 경기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과 폭발적인 드리블, 멋진 슈팅,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등 축구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역시 축구의 묘미는 약체로 평가 받던 팀이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거나 심지어는 이기는 짜릿한 장면을 보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 대표팀이 독일 대표팀을 2:0으로 이기는 장면이 바로 그러했을 것이다.

미래 예측이 불확실한 스포츠에서 경기 결과를 예측해 보는 재미야말로 즐거움 중의 하나일 것이다. 최근에는 경기 결과를 예측하여 베팅하는 스포츠토토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체로 베팅하기 전에 지난 경기 결과와 각종 지표들을 검토해 보고 최대한 객관화해 베팅을 한다. 스포츠 경기 도박 사이트에서는 독일이 7:0으로 이길 확률보다 대한민국이 2:0으로 이길 확률이 낮다고 예측했을 정도이니 얼마나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였는지는 아마도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때로는 약팀이 이기는 것이 스포츠의 재미이긴 하지만 기적은 아닐 수 있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상대방과 상황에 따른 적절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있다면 말이다.

불확실한 스포츠 경기 결과를 최대한 예측 가능하고 이기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최근 빅 데이터 애널리틱스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은 경기력을 높이는데 글로벌 IT 기업인 SAP의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프로 스포츠 구단들이 앞다투어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도입해 경기력 향상뿐만 아니라 수익 창출의 주요 전략 수단으로 삼고 있다.

2016년 메이저리그 우승팀으로 시카고 컵스가 결정되었을 때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에서 풀려났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물론 우승의 주 요인으로 2011년 부임한 사장인 테오 엡스타인의 팀 리빌딩(Rebuilding)을 들 수 있지만, 외신들은 시카고 컵스의 또 다른 강점인 ‘빅 데이터 분석 능력’을 꼽았다. 시카고 컵스는 영화 아바타에서 활용된 ‘모션 픽처’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투수들의 투구 장면을 전부 촬영하여 골격 구조와 위치를 분석했다. 선수들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진했을 때와 성적이 좋을 때를 비교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단 운영에 활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1908년(조선 순종 2년)부터 108년간 지속된 염소의 저주도 빅 데이터 분석 앞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빅데이터 분석 통해 승리 전략 수집

브래드 피트가 열연을 펼친 2011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머니 볼’을 보면 새로운 방식의 승리를 일구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한다. 그는 선수들의 몸값이나 유명세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선수 기용, 훈련, 운영 정책을 펼치면서 팀을 리빌딩 한다. 어찌 보면 최약체 팀의 승리가 마치 기적의 드라마인 듯 보이겠지만 데이터 분석이라는 요소가 가미될 때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머니 볼’은 구단 전체 선수의 몸값이 부자 구단인 양키스의 스타 선수 한 명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의 최 약체였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를 맡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기적을 일궈낸 실존 인물인 ‘빌리 빈’이 창안한 이론이다. ‘머니 볼’ 이론은 몸값이 높은 스타 선수의 명성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기는 전략(Winning Strategy)을 찾아 나가는 구단 운영 전략을 말한다.

흔히들 야구는 데이터 게임이라고 한다. 매년 ‘FA 대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가 쏟아진다. 과연 FA로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질까? 선수의 과거 성적이나 인기도, 잠재력 등이 가치를 매기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다. 실제로는 야구 선수의 성과를 측정하는 수많은 지표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투수는 방어율, 다승, 피홈런, 세이브 정도는 알고 있다. 타자의 경우는 타율, 홈런, 장타율, 출루율, 안타 등의 지표가 있다. 실제로는 이 외에도 OPS(출루율+장타율; On Base plus Slugging), BABIP(인플레이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WAR(대체 선수 대비 기여 승수; Wins Above Replacement), 타구 처리율, 구질별 컨택트율,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등 야구 선수를 평가하는 지표는 상당히 많다.

■노력에 과학 더해 ‘스포츠 진보’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난히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 있고, 상당히 과학적인 지표들이 설계돼 있다. 감독의 능력 중에 하나가 데이터 야구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하느냐라고 할 정도니 야구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야구선수의 미래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선수의 과거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하고, 타 선수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보기도 하고, 상관관계를 보기도 한다. 감(feeling)으로 선수를 평가하거나 상대팀을 대응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가히 데이터 혁명이라 할 정도로 강력한 네트워킹 기술과 데이터 전송, 처리, 분석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가대표팀이나 프로 스포츠 구단에서 IoT 기술과 웨어러블 기술(옷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을 활용한 선수들의 신체 부위별 운동능력, 산소포화도, 심장박동, 근지구력 등 다양한 지표를 분석하여 훈련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데 활용하고 있다.

평균 신장이 큰 농구 팀을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팀이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스포츠 세계에서 승부는 신체 조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외부 환경 요인으로 날씨, 습도, 기압, 소음 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내부 요인으로는 훈련 방식, 선수들의 부상 정도, 경기 당일 컨디션, 운동 능력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한 요인들과 경기 결과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과 다양한 방식의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이제 스포츠도 과학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스포츠 경기는 마치 데이터 전쟁이나 다름없다. 경기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는 선수들의 뒤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보이지 않게 전송되고 분석되고 있다. 선수들은 그 간의 노력에 데이터 과학이 더해졌을 때 보다 나은 경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의 변화하는 흐름을 보면 새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실시간으로 분석된 데이터를 함께 보면서 스포츠를 즐기는 세상이 다가온 것을 보면 미래의 스포츠는 진보하는 정보통신기술(ICT)에 의해 어떻게 변화할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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