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이공계 육성 및 영재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화인류학자들은 말한다. 지난 10여년의 발전은 지나온 100년 동안 축적된 인류의 지식과 맞먹고, 앞으로의 1년이 지난 10년의 지식 축적을 능가하리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21세기 초엽, 대변혁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핵심 자원이 바로 이공계 인재다.

문재인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인식,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사회혁신·교육혁신·전 산업의 지능화 등을 추진해 지능형 국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조직도 개편해 미래창조과학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나 이 같은 과학기술 입국론은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팀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올해 7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위, 2016년 2위, 지난해 1위로 상승하다 이번에 7위로 급전직하함으로써 수학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제화학올림피아드도 2015년 1위, 2016년 2위에서 지난해 6위로 떨어졌고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역시 지난해 8위로 전년 대비 5단계나 떨어졌다. 지난해 국제생물올림피아드와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는 각각 5위, 10위에 그쳤다. 국제물리올림피아드는 지난해 1위를 기록했으나 올해 성적은 미지수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초과학인 수학·물리·화학 등 이공계 학문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여간 큰 우려를 사고 있는 게 아니다. 수학 등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등을 활용해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발표한 2020년 미래고용보고서를 보면 2020년까지 510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감소하지만 수학과 컴퓨터 분야는 미래 증가 직업 3위에 올라 있는 게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이공계 인재 확보 비상은 어제오늘 벌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1년 전 서울대 공대 대학원이 2017년도 후기 입학생 미달 사태를 겪은 게 잘 보여준다. 초유의 사태였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극심했던 2000년 전후에도 서울대 공대 석사과정이 미달한 적은 없었다. 설상가상 본격적인 연구자를 키워내는 박사과정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대 공대 석·박사 통합과정의 평균경쟁률은 전공별 거의 미달 수준이니 기술입국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라고 할 수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은 적지 않다. 정부의 이공계 석·박사 인력 병역특례제 페지 논란과 탈원전 정책에 따른 지원 기피, 여기에 우수고교생들의 법대 및 의대 지원 쏠림 현상 등을 꼽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꽃피우려면 이공계 전문가의 의욕을 살려주는 것이 먼저다. 일본과 한국의 과학분야 노벨상 스코어는 20대 0이다. 일본의 과학기술이 뛰어난 것은 기초과학 연구 토대가 튼튼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의 공대 대학원 진학률은 30.5%에 그치지만 일본의 공대 대학원 진학률은 80.1%나 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시대, 무한경쟁에서 미래 국가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선 이공계 텃밭부터 가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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