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다시 생각해도 천만다행이다. 최근 최장 17일간 동굴에 갇혔다가 생환한 '태국동굴소년'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살아 돌아와 다행인 이 소년들은 18일(현지시간) 이들을 치료했던 의료진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년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굴에 들어간 이유와 고립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축구팀 중 한명인 아둔 삼온은 영국인 다이버가 소년들을 구하러 왔을 때 자신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기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조작업을 지켜보는 전 세계인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있다. 동굴에서 축구팀 소년들을 끝까지 지켜낸 에카폰 찬타웡 코치다. 코치는 아이들이 복통을 일으키지 않게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게 하는 등 17일간 소년들을 안전하게 보호했다. 그가 없었다면 소년들의 무사생환은 없었을 것이다.

또 한 사람. 소년들을 구하려다 사망한 전직 네이비실 대원 '사만 쿠난'이다. 기자회견에서 소년들을 그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은 사만 쿠난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일정기간 승려로 생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책임에 최선을 다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극복하는 것은 어느 억만장자가 제안한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되물어야 한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동안 굳어진 방만한 프로세스가 드러나는 지금의 구조로는 더 이상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2009년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고도 승객 155명을 구했던 기장 '체즐리 설런버거' 같은 인물이 있는가. 혹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가. 끊임없이 되짚고 되물어야 한다.

지난 17일 해병대 헬기가 추락해 장병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해병대는 기본설계와 기체결함 규명에 집중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관계자들에게는 사고에 대한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일어났던 국내 사건·사고…"천만다행이다"라고 생각하기엔 우리의 사고 대응력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라고 본다. 빼어난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 필요할 것이다. 유명을 달리한 해병대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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