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0일 여의도·용산 개발 구상을 내놓자 주택시장이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여의도를 업무·주거지가 어우러진 신도시급으로 재개발, 용산에는 서울-용산역 철도 구간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시설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잠잠하던 여의도 부동산 시장은 지난주보다 집값이 상승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집값 상승 폭 1위를 차지했다. 한번 자극된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 심리는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와 용산 일대에는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주변 지역의 뉴타운 등 재개발 매물 시세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과열 분위기가 감지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집값 안정이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앙정부 동의 없이 시가 독자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 간의 엇박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 시장은 이에 서울 시장 권한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에 말에 웃고 김 장관에 말에 울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는 우선 이르면 이번 달 용산 마스터플랜을, 9월경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시의 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잡기 위해 굵직한 부동산 대책만 수차례 꺼냈다. 대형개발이 이뤄지면 주변 지역의 집값이 무서운 속도로 오를 게 뻔하다. 박 시장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업적 쌓기 차원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물론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시장의 권한이다.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큰 사안인 만큼, 섣부른 발표로 시장에 혼선을 준 점은 아쉽다. 집값 안정이라는 정부 기조에 걸맞지 않게 투자심리를 자극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흠집을 낸 꼴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손발이 맞아도 시원찮을 판에 엇박자 정책을 보인 것은 몹시 유감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