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채수완의 4차산업혁명 읽어주는 남자] 비누와 리스크 관리의 공통점
   
▲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애널리틱스(Risk Analytics) 리더
흔히 인류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연장시킨 발명품으로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나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각종 백신을 꼽는다. 한편으로는 위생에 기본이 되는 ‘비누’를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기도 한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아시아지역 유목민들이 염소의 지방과 나무가 타고 남은 재를 혼합하여 사용한 것이 최초의 비누라고 보는 것이 맞다. 고대 문명에서는 물건을 씻는 용도로 사용하던 비누를 세제 용도로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8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지금처럼 화학공업 기술로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즈음이다.

약 1천년 전 유럽인들은 몸을 씻는 것을 죄악으로 여겨 씻지 않는 상태를 성스러운 것으로 인식했다. 중세 유럽은 씻지 않는 사람들로 인한 악취가 심해 견딜 수 없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악취를 중화시키기 위해 향수가 발달하게 됐다. 14세기에 시작된 흑사병이 18세기까지 반복되면서 유럽 전역의 인구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당시 흑사병의 주요 원인이 목욕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퍼졌는데, 그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19세기 들어서 목욕시설을 갖춘 미국 호텔들이 ‘청결’ 문화를 전파하면서 유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목욕 문화가 발전하면서 비누도 함께 발전했다.

인류가 발명한 수 많은 발명품 중에 문자, 종이와 같이 문명을 발전시킨 발명품도 있지만 인간 수명을 두 배 가까이 획기적으로 연장 시킨 데 일등 공헌을 한 발명품은 바로 ‘비누’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의료기술도 인류의 수명을 두 배나 연장시키지는 못했다. 어른 주먹에 쏙 들어오는 작은 물건이 인간 수명을 비약적으로 연장시킨 비법은 무엇일까? 바로 비누가 위생 개선에 기여했기 때문이고, 위생은 질병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또 비누는 건강 측면에서 보면 질병을 예방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예방활동은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다. 건강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혈압측정, 혈액검사, 소변검사, 초음파, 내시경 등 적시에 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강상태는 각종 지표를 통해 분석되고 지표는 숫자를 통해 건강의 수준을 나타낸다. 정상, 주의, 경계, 심각 등의 임계치와 측정 결과를 비교하여 현재 건강상태를 알 수 있으며, 이상이 발견될 경우 약물치료나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건강관리 활동을 기업에 적용해 보면 리스크를 예방하고, 만일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적시에 센싱(인지)하며, 적합한 대응활동을 통해 평상시로 복귀하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만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 건강해야 오래 살 수 있듯이 기업도 내•외부의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리스크 관리는 크게 예방활동과 대응활동으로 나뉜다. 물론 리스크 평가, 사후관리, 보고 등의 활동도 있지만 굳이 중요한 두 가지를 꼽자면 리스크 예방활동과 적시에 센싱(인지)하여 대응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규제, 심화되는 경쟁,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이종산업 간의 융합 등은 기업을 둘러싼 외부 위협요소다. 허술한 내부통제는 안에서 곪는 염증과도 같기 때문에, 이러한 위협요소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설계되어 운영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더불어, 최근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하고 통제활동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법적 요구사항이 강화되면서 기업의 리스크 예방활동이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외부 리스크 요소나 내부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요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내부통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리스크를 적시에 센싱하여 그에 맞는 대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건강검진과 같이 지표 관리가 중요하다. 지표가 관리되어야 측정 기준이 수립되고, 적합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리스크 요인과 내부 운영과정의 리스크를 인지하여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을 조합하여 효과적인 내부통제를 식별하고 운영하는 것은 마치 건강을 위해 수시로 손과 발을 비누칠하여 씻는 것과 같다.

기업도 비누와 같이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엄청난 고가의 의료기기가 있다고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주기적인 진단과 예방활동, 리스크 관리 문화 확산, 리스크 센싱 기능 강화 등을 통해 리스크에 강한 기업이 될 수 있다. 위생관리에 아무리 신경 쓰더라도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이 때 적시에 약물치료와 휴식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은 예방활동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발현되었을 경우 적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모니터링 활동이 필요하다. 그 도구로서 리스크 시나리오 개발과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다.

흔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외국에서는 ‘Don’t learn safety by an accident’라는 말이 있다. 안전을 사고를 통해 배우지 말라는 뜻이니 위의 우리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도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비누와 같은 리스크 예방활동과 건강검진과 같은 센싱 활동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애널리틱스(Risk Analytics) 리더>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