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무위도식'하고 '치외법권적' 특권누리기의 상징어인가.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게 여겨진 지 오래다. 도매금으로!

역사를 보자. 2년 전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라는 기구까지 구성해 개혁안을 내놨다. 그 결과 체포동의안이 처리기한(72시간) 내 처리되지 않으면 최초로 개회하는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의무적으로 상정·표결하도록 함으로써 국회가 불체포 특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개선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폐지에 그치고 말았다.

의원 연봉 삭감, 독립기구에서 의원 보수 산정, 외국출장 때 공관 지원 최소화, 기초단체장·의원에 대한 불공정 공천권 행사 등은 기득권에 사로잡힌 정당들의 미온적 태도로 사문화되고 말았다. 국회의원들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 구현에 앞장선다는 진정성을 갖고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짐짓 외면하고 있다.

■국회 특수활동비 유지에 '꼼수'

이번엔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특활비를 적폐로 규정한 여당이나. '쌈짓돈'은 못 놓겠다는 제1야당이나 기득권 유지에 명분 없는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은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

거대양당의 추한 짬짜미가 가관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영수증을 첨부하는 조건'으로 특활비 사용의 정당화를 꾀하고 있다. 특활비 중 상당 부분은 이미 공적 목적으로 쓰이는 업무추진비 성격이 많아 영수증, 증빙 서류로 양성화해 투명하게 운영하기로 했다는 변명성 해명도 하고 있다. 특활비 사용 내역을 분명히 밝히면 문제가 없다며 뒷짐을 진 모양새다.

정보 수집이나 기밀 수사에 쓰는 돈인 특활비가 대체 왜 국회에서 필요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거센 특활비 폐지 여론에 귀 막은 거대 양당이 '이성 잃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꿀'이 적잖게 때문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따로 받는 업무추진비가 있지만 그게 너무 적어서 회의하고 밥값 내려면 특활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매달 나오는 국회 업무추진비가 도대체 얼마이기에 부족하다고 하는 걸까.

몇 가지만 들여다보자. '교섭단체 대표실 운영비'라는 이름으로 주요 당 원내대표들에게 나줘 주는 업무추진비는 올해 전체 2억 원이다. 당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매달 600만 원 선이다. 각 상임위원회에도 연간 수천만 원씩의 별도 업무추진비가 있다. 여당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을 맡고 각 당 원내지도부가 대거 포진된 국회 운영위엔 7천에서 8천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이밖에 상임위원장 활동비 명목으로 나가는 예산도 있다.

■업무추진비 있는데 왜 필요한가

이처럼 업무추진비가 있음에도 '기밀 업무' 수행 등을 하는 부처에서나 필요한 특활비를 굳이 내려놓지 못하겠다는 거대 양당의 속셈은 국민 눈높이에 멀어도 한참 멀다. 의원들과 상임위원장 등에게 지급된 특활비가 대체로 취지에 맞지 않게 '나눠먹기식'으로 지급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거대 정당들이 누려왔던 특혜는 절대 내려놓지 못하겠다고 하는 선언에 국민은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런 정당들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가 하는 분노마저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이율배반적 행동이다. 올해 초 추미애 대표는 국정원의 특활비를 적폐로 규정한 후 8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원 특활비 폐지 법안을 냈음을 기억해야 한다. "국정원 특활비는 적폐고 국회의원들이 받는 특활비는 적절하냐"는 국민적 물음에 설득력 있게 답하길 바란다.

비정상적인 행태들의 여전한 활보, 이게 오늘 대한민국 정치권의 민낯이다. 소수 기득권층이 아닌, 국민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어긋난다. 실학사상가 연암 박지원은 개혁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모르는 융통성 없는 태도인 '인순고식(因循姑息)', 문제가 생기면 정면 돌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하거나 일시적으로 모면할 궁리만 하는 '구차미봉(苟且彌縫)'을 버려야만 우리 민족에게 살길이 열린다고 제시한 바 있다.

정치권은 세상사 흐름에 맞게 겸허한 마음으로 변해야 한다. "사람과 만물이 신묘하게 변하니, 시대를 바로 살펴 변화에 따라야 한다(千民萬物常神變 觀時察代順推移)"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의 충고다.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