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주 주요 기업 임원들에게 지급된 상반기 연봉이 공개됐다. 대기업 총수들 중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9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지난 5월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 50억원 이상 상위 연봉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따랐다.

전문경영인 출신으로는 지난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권오현 삼성 종합기술원 회장이 51억7천100만원을 받으며 지난해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수위를 차지했다. 권 회장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동반퇴진한 윤부근·신종균 부회장도 26억원대 연봉을 수령했다. SK그룹에서는 사상 최고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을 반영해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9억원대 고액 수령자가 됐다. LG에서는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2억8천600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 부회장단이 20억원대 안팎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기본급여 7억3천800만원과 상여금 13억2천만원으로 총 20억5천800만원을 수령했다는 점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기본급여 14억3천600만원, 상여금 8억7천800만원으로 총 23억1천400만원을 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임원보수규정과 직무 및 역할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상여금은 전년도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 및 회사의 중장기 기대사항 이행, 리더십, 회사의 기여도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 지표를 평가해 기준연봉의 0%~150% 내에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던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 LCD(액정표시장치) 공급과잉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실적하락세로 올 상반기만 3천억원이 넘는 영업 적자가 쌓였다. 이에 회사는 직원들이 출장때 이용하는 항공기 등급을 낮추고 전기비·소모품비 등 각종 지출을 최소화하는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지난 6월에는 한때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주가가 급락해 회사가 부랴부랴 부인하는 소동이 있기도 했다.

전통적인 우리 사회 리더의 모습은 조직 구성원과 고락(苦樂)을 같이 하는 것이다. 회사의 설명대로 한 부회장이 올해 높은 성과급을 받는 데에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둔 측면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실적하락세로 올해 상반기 내내 회사가 침체 국면에 있고 직원들은 내핍(耐乏)해야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상여금을 올려서 상반기에만 지난해 수준의 연봉을 수령한 한 부회장에 대해 직원들이 얼마나 동질감을 갖고 같이 위기극복에 나설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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