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섣부른 부동산 개발 언급이 집값 상승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가 남겨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6일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시장의 '통개발' 발언 이후 여의도와 용산 아파트값이 들썩이자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구상을 대대적으로 밝혔다. 여의도를 싱가포르의 도시처럼 개발하고 용산에 철도를 지하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박 시장의 개발 발언 이후 서울 집값은 전체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안 팔리던 매물이 팔리는가 하면 호가가 며칠 새 수억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둔 자충수를 인정하고 진화한 점은 잘한 일이다. 박 시장은 최근 집값 안정·투기 세력 근절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 엇박자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정부가 1년간 공들인 성과를 박 시장의 통개발 발언으로 한순간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지난해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6·19대책, 8·2대책 등 수많은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각종 부동산 시장 수치들이 안정화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는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은 '강북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그대로 추진할 전망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강북 개발 대책에는 면목선과 난곡선 등 4개 비강남권 도시철도 재정사업 전환 등이 포함돼 있다. 철도망이 새로 놓이면 개발 호재 심리가 작용해 주변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또다시 국토교통부와 갈등과 시장 혼선을 예상할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

섣부른 정책 발표로 혼란만 가중한 점을 거울삼아야 한다. 대규모 개발은 시장에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논의해야 하는데도 서울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터플랜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지역발전 기조를 뒤집고 대규모 개발계획을 내놓은 터라 박 시장을 둘러싼 '대권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한 업적 쌓기 차원이었다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정책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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