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매출액, GDP 20% 차지…미국·일본에 견줘 심해
"정부, 혁신성장 추진하며 대기업 심화 우려…공정경제 통해 내수 부양해야"

▲ 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6천778억달러로, GDP(1조5천308억달러)와 비교했을 때 44.2%에 달했다. 이에 반해 일본 10대 기업의 매출은 GDP(4조8천721억달러)의 24.6%인 1조1천977억달러였다. 미국의 10대 기업 매출은 2조2천944억달러로 GDP(19조3천906억달러)의 11.8%로 우리나라와 대조를 보였다. 서초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동반성장하는 나라'를 모토로 내걸고 집권했지만 몇 년째 계속되는 대기업 집중도 심화흐름이 반전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0대 기업 매출액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고 특히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매출 합계만으로 GDP의 5분의 1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 회사는 10위권 이내에 디스플레이·기아차 등 계열사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그 존재감을 한층 과시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특정 대기업에 경제 의존도가 높아 이들 기업의 성적표에 따라 국가경제가 좌지우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악화된 경제성적표에 대한 대응책으로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 허용, 의료산업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 대기업들로의 경제력 집중 심화 흐름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6천778억달러로, GDP(1조5천308억달러)와 비교했을 때 44.2%에 달했다. 이에 반해 일본 10대 기업의 매출은 GDP(4조8천721억달러)의 24.6%인 1조1천977억달러였다. 미국의 10대 기업 매출은 2조2천944억달러로 GDP(19조3천906억달러)의 11.8%로 우리나라와 대조를 보였다.

문제는 우리나라 10대 기업의 GDP 대비 매출 규모가 지난 2015년 41.5%에서 2년 만에 2.8%포인트나 올랐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8%로 같았고 일본은 25.1%에서 24.6%로 소폭 감소했다.

1위 업체간 비교에서 국내 대기업의 집중도 심화는 한층 두드러졌다. 사상 최고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지난해 역대급 매출 2천242억달러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GDP의 14.6%를 홀로 거둬들였다. 이는 미국 1위인 월마트(5천3억달러·2.6%), 일본 1위인 도요타 자동차(2천767억달러·5.7%)와 비해 절대액 자체는 작지만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현대차가 지난해 매출 902억달러(GDP 대비 5.9%)로 2위에 올랐고 LG전자(575억달러·3.8%)와 포스코(568억달러·3.7%), 한국전력공사(560억달러·3.7%)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이밖에 기아차(501억달러·3.3%), 한화(472억달러·3.1%), 현대모비스(329억달러·2.1%), 삼성디스플레이(321억달러·2.1%), 하나은행(309억달러·2.0%) 등이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매출 상위 10대 기업을 그룹별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이 3개로 가장 많았고,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2개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최근 정부가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면서 집권 후 강력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대신에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에 유리한 각종 규제완화를 추진함에 따라 대기업 집중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일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다며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은행 은산분리 완화, 의료산업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은 대기업에게만 유리해 경제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집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불공정 하도급 등 각종 갑질 행태를 근절하고 대기업 지배구조 등을 개선해 경제성장의 성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분수효과'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함으로써 경제양극화 문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