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애널리틱스(Risk Analytics) 리더

■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데이터

지난 8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 현장 방문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기업 경쟁력 원천의 하나로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는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매출을 증가시키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데 정부가 적극 돕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로 이루어졌다. 천연자원 역시 풍부하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그러나 불편한 국토는 토목, 건축 기술을 발달시켰고, 사계절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됐으며, 좁은 국토는 오히려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이 아니더라도 미래 성장 동력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데이터를 미래산업의 원유로 여기고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데 규제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가 과감한 규제 개혁과 입법으로 기업들의 성장 동력을 키우는데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민간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 글로벌 기업, 데이터를 활용한 기회 창출 노력

2016년 천재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영국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개발 기업인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이 큰 화제를 모았다. 사실 이 대국은 인간과 데이터의 대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파고의 능력은 수많은 컴퓨터 자원에게 바둑 기보를 학습시켜 상황별 전략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알파고 훈련의 기본 재료는 데이터였다. 즉,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이 알파고로 하여금 매 상황별 대처 능력을 키워 인간계 최강 바둑 천재를 이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알파고의 사례를 보면 인공지능이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과 활용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이 기업 활동의 주요 자원이고, 현금이 부의 기준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을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는 큰 건물과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된 객실을 보유하지 않고도 전 세계에서 숙박 중개업을 하고 있다.

숙박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 간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가능한 서비스다.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는 배차와 고객 앞까지 도착하는데 1초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개발자들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기업인 피자헛, 버거킹, 맥도날드 등은 매장 내 키오스크(KIOSK)와 딜리버리 채널인 모바일, 인터넷 등을 통해 수집한 매출정보와 티켓(영수증) 정보를 분석해서 매장별 맞춤형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한다. 여기에 그날의 날씨, 요일, 시간대, 휴일여부 등 다양한 정보들을 조합해서 끊임없이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 4차산업혁명, 데이터에 투자하라

기업은 하루에도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저장한다. 기업 내에 금맥이 있고, 원유가 매장된 유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금맥을 찾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금을 채취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은 데이터 생산, 저장, 처리, 분석, 활용 등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최근 데이터의 효율적인 관리와 즉각적인 활용, 시각화를 위한 아키텍처 구축이 화두가 되고 있다. 데이터의 효율적인 저장을 위한 스토리지로 가공되지 않은 상태로 저장하는 방식인 ‘데이터 레이크(Data Lake)’가 주목받고 있다. 효율적인 저장소로부터 분석과 활용을 위해서는 데이터 웨어하우스로 연결돼야 하고, 기업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산업의 자원인 데이터에 대한 투자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써 기회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 서울과 부산을 잇는 428km의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됐다. 산업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이제 전국 방방곡곡, 더 나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잇는데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루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애널리틱스(Risk Analytics)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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