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 27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내년 2학기부터 중·고생 두발규제를 폐지하는 '두발 자유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은 물론 파마나 염색·탈색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완전 자율화'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머리카락 길이 규제는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시내 중·고교 10곳 중 8곳 이상이 폐지했기에 마찰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염색이나 파마는 10곳 중 9곳이 규제하기에 자유화조치가 본격 시행되는 데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자치의 원칙에 따라 교칙에 의거한 두발규제가 철폐될 경우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원리론적인 입장에서 반대한 시각을 비롯해 염색·파마로 인한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저해, 학교 밖 탈선 조장, 학생간 경제적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완전 자율화를 우려한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경력이 오래된 연로한 교사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젊은 세대 교사들도 학생 지도의 방파제가 무너지는 듯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듯하다.

본래 우리 조상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터럭 하나도 다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린 일본 제국주의 세력의 입김하에 근대화 조치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단발령(斷髮令)에 대해 '내 머리를 자를지언정 이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다(吾頭可斷 此髮不可斷)'며 거세게 저항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제식민지 시기·경제개발 시기를 거치며 경제적으로는 대량생산체제에 적합한 범용형 인력이요 정치적으로는 국가총동원체제에 복종하는 양순한 국민을 양성하기 위해 초중등 교육기관을 대거 만들었고 교육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1인의 교사가 다수 학생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도록 교복과 두발 등 외양의 획일화를 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소품종 대량생산이 통하지 않는 시대이다. 품질과 기술, 아이디어가 아닌 단순 물량 증산에 따른 가격경쟁만으로 우리는 중국, 인도, 동남아 국가들에 대적할 수 없다.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생각해서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필칭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더더욱 과거 대량생산체제시대의 범용형 인재로 살아 남을 수 없다.

두발자유화로 인한 일선 교육현장의 불안감과 당혹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몸에 대한 자율권도 가지지 못하고 외부의 권위자의 지시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학생에게 어떻게 4차산업혁명시대에 절실한 창의성이 나오겠는가. 두발자유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교육현장의 혼란과 시행착오는 21세기 창의 인재가 나오는 성장통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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