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비핵화를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십년 간 적대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 번이나 만나는 마당에 미래 성장동력인 블록체인산업 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업계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전혀 안 보인다"

지지층 사이에서는 역대급 '소통 정부'로 추앙받고 있는 현 정부의 블록체인산업 정책에 대해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블록체인산업발전을 공언하지만 내부적으로 ICO(가상통화공개) 허용을 비롯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고 성토했다. 과거 참여정부 시기 불법 도박게임인 '바다 이야기' 트라우마가 있는 현 정부 집권세력들이 가상통화를 새로운 형태의 '바다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ICO를 전면 금지하는 사이에 국내의 많은 전도유망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 ICO를 진행하면서 인력·자금·기술이 유출되고 미래성장동력 기반이 잠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는 와중에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의 제대로 된 심사를 받지 못한 다단계성 '스캠(Scam·사기)' 코인만 난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부의 ICO 전면 금지에 대한 비판은 업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대북문제나 경제정책과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던 여·야도 가상통화 문제에서는 비교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는 현재 여·야 의원이 발의한 총 6건의 가상통화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아울러 이제껏 개별 의원 수준에서 진행되던 정책토론회 수준을 넘어서 오는 11일에는 국회 차원에서 국제 블록체인 정책 컨퍼런스를 열어 블록체인 선진국의 입법 경험을 들을 계획이다. 다음달 중으로는 여·야 특위형태의 워킹그룹을 구성해 본격적인 산업 성장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야당 계열에서 ICO에 적극적이었던 데 반해 상대적으로 정부 눈치를 살폈던 여당에서도 ICO 공론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금처럼 ICO 문을 완전히 닫아서는 안 된다"며 "사기·투기·자본세탁을 철저히 막되 최소한의 ICO 길을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ICO 불허라는 기존 방침엔 당장 변화가 없지만 "가상화폐공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해외 국가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조사 결과에 따른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융시장의 혼란을 예방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산업의 가장 큰 해악인 '규제 불확실성' 상태에서 블록체인산업이 하루 빨리 빠져 나와 미래성장동력으로서 제 역할을 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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