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AI(인공지능) 챗봇이 상담원의 역할 대체를 자처하며 분야를 막론하고 등장하는 시대가 왔다. 이들의 등장이 인간의 감정노동까지 대신해 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언택트 마케팅(비대면 마케팅·Untact Marketing)'과 '콜 포비아(전화공포증·Call phobia)'가 생겨났지만 서비스업 종사자의 감정노동에 대한 증언은 여전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을 향한 성희롱과 욕설은 꾸준히 등장하고, 대낮에도 백화점 한복판에서 손님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챗봇을 출시하는 기업들은 AI가 이 같은 감정노동을 감소시킬 하나의 대안이 돼 줄 것이라고 홍보한다.

AI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감정노동에 대해 살펴보자. 감정노동이란 주로 시민을 직·간접적으로 대하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자신이 실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도록 업무상·조직상 요구되는 근로형태를 의미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원과 창구 직원, 항공사 승무원 등을 비롯한 감정노동 종사자는 현재 전국에 74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에만 35%(240만명)가 근무하고 있다.

감정노동 피해 사례는 '고객이 왕'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발생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벽면에 '손님은 왕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식당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친절을 중요시한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속설이 있는데 손님도 본분에 충실했다는 문화는 함께 건너오지 않았나 보다. '갑질'이 사회적 질타를 받는 분위기 속에서도 화장품 매장 점원에게 고성과 욕설,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발생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사건이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난 후에야 백화점 업계는 '악성 고객 대응 매뉴얼'을 제작 배포했고, 서울시는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를 개설했다.

AI 챗봇은 상담원의 노동과 소비자의 지적 소비를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했다. 이에 주로 24시 운영되며 고객의 구매 패턴을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자주 하는 문의를 채팅으로 응대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AI를 탑재한 로봇이 안내 및 결제를 돕는다. 이마트의 '페퍼'와 세븐일레븐의 '브니'가 대표적. 하지만 아직 고도화된 지능형 AI를 서비스에 도입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정해진 틀 안에서만 응답하고 서비스하는 시나리오형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의 감정노동까지 줄여주기엔 아직 AI 기술은 아직 턱없이 미흡하다. 하지만 블랙컨슈머(악성 고객)의 진상이 상담원에게 닿기 전에 챗봇이 이를 먼저 응대하고 욕설·성희롱을 구분하는 수준까지 고도화된다면 감정노동 횟수는 분명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챗봇을 출시하는 이유가 '4차산업혁명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정 노동자를 생각하고 소비자의 편리를 위한 것이 된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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