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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문 칼럼] ‘핫고다산(八甲田山)’의 행진곡과 장송곡선문대 명예교수·시인
  • 일간투데이
  • 승인 2018.10.25 16:33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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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가운데 ‘핫고다산(八甲田山)’이 있다. 1902년 일본제국군은 러·일전쟁에 대비해 동계시범훈련을 계획하고 8사단 5연대와 31연대에 아오모리현 핫고다산으로 1월에 설중행군을 기획했다.

5연대는 2대대 중심으로 1대대와 3대대에서 인원을 차출, 1개 중대가 약간 넘는 210명을 구성해 1월 23일 행군에 들어갔다.

31연대는 지역주민을 안내인으로 쓰고 동계장비를 충실히 해 일주일 만에 목적지에 도달했고, 핫고다산 전체를 한바퀴(20km) 돌고도 사상자 없이 무사히 귀환했다. 31연대는 지리에 밝은 지역주민을 활용했고, 가능하면 야간숙영을 민가에서 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5연대는 부실한 준비로 4km 정도 이동하다 2일 만에 길을 잃고 6일 동안에 11명만이 살아남고 대부분 얼어 죽었다. 이 11명도 3명만이 손가락 발가락 정도의 부상에 그쳤고, 나머지 8명은 동상으로 팔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실록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무사히 도착하는 31연대와 얼어 죽어간 5연대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치밀하게 준비한 31연대의 행진곡과 대부분 동사한 5연대의 장송곡이 수시로 교차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움직이는 31연대와 같은가? 아니면 부실한 준비로 행군하는 5연대와 같은가? 올해 10월 1일은 대한만국 건군(建軍) 70주년이었다. 1948년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 수립과 더불어 탄생한 국군의 역사가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다.

■ 남북군사합의에 軍전력 ‘구멍’ 우려

6·25전쟁에서 사망·부상·실종된 국군 99만명의 목숨이 이 나라를 지켰다. 그러나 건군 70주년 생일상은 초라했다. 10년 단위 건군 행사에서 시가행진이 최초로 생략됐다. 지난 2월 북한이 70번째 건군절을 맞아 과시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그런데 군국의 날 행사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국군이 평양정상회담 부속 남북군사합의와 국방개혁20으로 중대한 전력(戰力) 약화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국방개혁안은 현재 62만명인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12만명 줄이는 대신 첨단무기를 강화해 그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북군사합의서는 ‘무력증강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에서 협의 한다’고 적혀있다. 감군(減軍)을 보완할 첨단무가증강 여부를 북한에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은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을 지금도 계속 만들고 있다는 게 미국과 유엔의 판단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실질적 북핵 위협은 변화가 없는데 국군 전력에만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 국군 첨단무기화도 北에 물어볼판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십 기의 북핵과 100만이 넘는 북한군 앞에서 국군 병력만 줄고, 첨단전력 증강도 길이 막힌다면 우리는 핵항아리에 든 쥐가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 국군은 군기(軍氣)가 빠져있다. 배부른 고양이가 쥐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야전성(野戰性)을 잃었다. 얼빠진 군인정신으로 어떻게 나라를 지키겠는가. 우리의 주적을 미군이라고 말하는 육사생도가 있는가하면, 병사의 부모에게 동의서를 받는 장교도 있다. 수도권의 한 공병부대가 6·25전쟁 때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면서 병사 부모들에게 작전투입동의서를 받은 게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이보다도 더 큰 문제는 국군의 주적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싸움의 대상을 명확히 진단해 지목하지 못하는 게 큰 문제다. 국방부가 ‘2018국방백서’에서 ‘북한이 적(敵)’이라는 문구 삭제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적을 모르면 당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핵무기가 제거될 때까지는, 또는 통일이 될 때까지는 적을 적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나라의 간성이다.

길을 잃은 5연대는 후진하는 법이 없다. 몰사해도 전진뿐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군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무사히 귀대한 31연대와 흡사한가. 아니면 길을 잃은 5연대와 흡사한가? 행진곡과 장송곡이 번갈아 들리는 듯하다.

*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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