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牧民官)은 백성을 다스려 기르는 벼슬아치라는 뜻이다. 특히 고을의 원이나 수령 등 외직 문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요즘말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일컫는다고 하겠다. 다산 정약용은 훌륭한 목민관의 덕목에 대해 이렇게 제시했다. "목민을 잘하는 자는 반드시 인자해야 한다. 인자하게 하려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게 하려는 자는 반드시 검소하고 아껴 쓰니 절용이란 곧 목민관이 먼저 힘써야 하는 것이다(善爲牧者 必慈 欲慈者 必廉 欲廉者 必約 節用者 牧之首務也)."

다산은 절약과 검소함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컨대 제사나 손님 접대는 비록 사사로운 일이나 마땅히 일정한 법식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가난하고 작은 고을에서는 마땅히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허례허식 없는 실사구시를 강조한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아껴 쓰는 것은 사람마다 할 수 있으나, 공공의 재화를 절약하는 이는 드물다며 "공적 재화를 개인재산처럼 절약한다면 그는 곧 어진 목민관이다(視公如私 斯賢牧也)"라고 한 바는 다산의 올곧은 청백리관을 알게 한다.

■급여마저 지급못하는 재정자립 열악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열악해지고 있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60%대로 그래도 나은 편이다. 군 지역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 243곳 가운데 70여곳이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못 줄 정도다. 사실 지자체의 예산 낭비는 누습(陋習)이다. 선출직 단체장의 치적을 위해 효율성 떨어지는 개발과 겉모양만 화려한 축제 등에 혈세를 쏟아붓고, 선거캠프 관계자의 사업 지원 등을 벌이는 데서 빚어지고 있다.

민선7기 지방자치를 이끄는 대표자들이 지방행정을 이끈 지도 1년이 넘었다. 시·도지사 17명, 교육감 17명,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226명과 광역·기초 지방의원 등 총 4천16명이 지방자치를 이끄는 주력 인사다.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자치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원들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니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화합이다. 선거 과정에서 나타났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주민 화합을 통해 지방자치를 운영해 나가야 하는 게 시급하다. 지지자와 지지하지 않은 사람, 진보와 보수, 지역과 학연, 종교 등을 넘어서 소통을 통해 주민이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이 같은 파벌을 없애고 주민화합을 통한 공동체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뭉쳐야 한다.

그런데 민선 자치가 주민들의 비판과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잘못에서 비롯되고 있는 게 다수다. 부정부패와 독선 같은 단어가 민선지방자치에 덧씌워진 오명이 아직도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단체장들은 인사와 예산 집행의 공정성, 투명성을 견지하길 바란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선거 캠프 중심과 '남모르게 줄 선' 공직자만을 중용하면 4년 간 해당 지자체는 볼 것도 없이 실패하는 결과는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합리적 인사 원칙을 지켜야 한다. 예산 또한 선심행정의 폐해는 사회적 물의와 함께 엄청난 후유증으로 나타난다. 선심행정으로 낭비된 예산은 결국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사업에 사용되지 못하는 폐해를 낳게 된다.

■선후경중 가린 효율적 공약 이행

그럼 정치인 등 지도층은 어떻게 해야 올바로 설 수 있을까. 공자는 이렇게 알러주고 있다. "지도자는 올바른 삶을 생각할 뿐 잘 먹고 잘 사는 일을 꾀하지 않는다. 지도자는 올곧은 길을 걱정하되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君子謀道 不謀食 君子憂道 不憂貧)."

지도자 스스로 솔선수범하고, 욕심을 끊어 청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치인들이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벼슬하는 자가 재물을 탐하고 부귀를 원한다면 소인 잡배나 다름없다. 그래서 공자는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하면 저절로 세상이 좋아지니 가난을 걱정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를 튼실히 내리고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지방자치가 되는 지름길이다. 선후경중을 가려 공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지를 검증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을 튼튼히 하는 길이다. 바로 매니페스토(manifesto·참공약)는 바로 약속의 상징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나타낸다. 무엇보다 지도자가 멀리 보고 올곧게 처신,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 주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 오늘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의미가 새롭도록, 누구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힘쓸 때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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