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도 완전자급제로 시작해 완전자급제로 끝났다. 주제도 익숙하고 증인으로 온 사람들도 낯익고 내놓은 답변도 같아서 시간을 거슬러 1년전 녹화 영상을 틀어 놓더라도 이질감이 전혀 안 들 정도다.

선공은 여당 국회의원들 몫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관제' 요금제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내놓은 '보편요금제'가 거둔 성과가 너무 컸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위력 있다'는 말처럼 아직 법안 상태인데도 통신요금이 줄줄이 내려갔다. 올해 5G(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문제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이동통신사들이 갖은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결국은 알아서 내린 탓이다.

이에 여당측에서 다시 꺼내든 카드가 완전자급제다. 휴대폰 판매와 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해 휴대폰은 휴대폰끼리, 통신서비스는 통신서비스끼리 경쟁을 붙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또한 단말기 구입과 통신 서비스 가입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묶음판매'로 이통사들이 유통망에 지급했던 수조원대 보조금을 절감해 소비자들에게 통신비 인하로 되돌려 주자는 것이다. 여당 국회의원 일부는 현재 이동통신 유통점의 4분의 1만 줄여도 3조원이 절약될 것이라며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완자제 도입을 적극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소유통점업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완자제 도입시 자금력의 열위로 대기업 계열사 판매점과 경쟁에 밀려 당장 생사존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며 이통사별로 대리점협의체를 속속 만들어 완자제 도입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집단상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판매점 단체에서는 완자제 도입에 적극적인 SK텔레콤을 겨냥해 일시 서비스 가입 중단을 선포하기도 했다.

상대가 있는 협상에는 완승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양보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정부·여당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 속에서 그나마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가계의 주름을 펼 수 있도록 통신비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통한 이통사 통신비 인하 압박이 비교적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었기에 가능했지만 유통망 정리를 통한 통신비 인하는 절박한 생존의 경계에 있는 중소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하기에 더 반발이 클 것이다. 이통유통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포함한 여러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대책을 내놓아 이들도 통신비 인하의 우군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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