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국회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양극화가 심각한 우리로선 일자리와 복지 예산을 늘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수준이 문제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적정 수준을 설정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정감사가 29일로 마무리되고 국회는 11월부터 2019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국회는 앞으로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올해보다 9.7% 많은 470조 5천억원 규모의 나라살림을 심의하게 된다. 여야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이번 예산안을 놓고 어느 때보다 뜨거운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증액분을 두고 '예산안 원안 사수'를 선언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퍼주기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줄다리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민생경제가 바닥으로 가라앉은 터에 정부 주장대로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로서 예산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국회에서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여야 간 예산 전쟁의 최대 전선은 사상 최대인 23조 5천억원이 편성된 일자리 예산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90만개 제공, 고용장려금 등을 통한 민간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일자리 예산을 편성한 만큼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한 예산'이라는 논리로 철벽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54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최악의 실업사태라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작금 한국경제는 '잿빛'이다. 당장 '고용참사'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운위되고 있다. 올 1월 33만여 명이던 취업자 증가폭이 2월부터는 3분의 1토막이 나서 10만 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일자리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의 호언이 무색하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협력 예산을 둘러싸고도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1조1천억원 수준으로 확대해 판문점선언 이행 등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남북협력 예산을 '평화 예산'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남북협력 예산도 철저하게 심사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에 어긋나는 부분은 잘라낼 방침이어서 격한 논쟁이 불 보듯 훤하다.

국민 혈세인 예산은 효율성 있게 적재적소에 분배해야 한다. 세수를 초과하는 지출, 그것도 과도한 복지 예산은 그리스나 과거 남미 식 국가 부도를 초래할 수 있다. 내년도 우리경제는 성장률이 3.0% 이하로 분석되고 있지만 이것도 너무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실 내년 예상 성장률도 현실성이 떨어질 정도로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있을 정도다.

정부예산안 상으로도 이미 내년도에 국채가 7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보편적인 증세 없이 현재 추진되는 일부 세제의 개편만으로는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국회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이 없는지, 국가부채 증가 등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은 없는 지 꼼꼼하게 살펴보길 촉구한다. 20대 국회가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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