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보자. 프랑스 독일 영국 핀란드 등 복지 선진국은 연금 지급액을 줄이고,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춰 재정 부담을 줄이고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연금 지출이 급증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다. 한데 우리는 어떠한가. 선진국과 정반대 방향이다. 역진(逆進)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여야는 60%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2008년 50%로 낮추고,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20년간 10%포인트를 인하해 2028년 40%로 맞추기로 합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의 소득대체율 평균은 2016년 기준 40.6%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기준 45%인 소득대체율을 더 이상 낮추지 않거나 다시 5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를 당기지 않으려면 현행 월소득의 9%인 연금 보험료율을 즉시 두 자릿수로 올려야 한다. 소득대체율 45% 유지 땐 보험료율을 11%로, 소득대체율 50% 땐 13%까지 올려야 한다는 게 학계 분석이다. 2018년 상반기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은 630여조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금은 당분간 계속 불어나 2040년대 초반 2천500조원대까지 커지지만, 이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다가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진 시점에는 300조원대에 가까운 적자가 나서 세금으로 메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기금 고갈 대상이 국민연금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 해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민 세금으로 채워 넣어야 할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보전금은 '미래세대를 억누르는 가장 큰 암덩어리'가 될 게 자명하다.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대개혁을 해야 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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