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사라지고 정쟁만 난무한 2018년 국감

▲ 윤명철 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윤명철 기자] 2018년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쟁이 난무한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줬다.

여야는 국감 초반부터 상대방 비방에 집중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국감의 장애물이라는 프레임으로 잡고 선제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지를 확인하자 금세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당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과 대북 정책 비판에 공을 들였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던 와중에 뜻밖의 먹거리가 생겼다. 이른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터져 나왔다. 한국당과 야권은 당력을 집중해 총공세를 펼쳤고, 여권은 느닷없이 터진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당을 필두로 한 야권은 국정조사권 발동을 적극 추진하면서 국감 이후 정쟁거리를 마련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권도 반격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를 통해 '9월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관련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을 강행했다. 청와대의 역습에 놀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권은 국회를 무시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감은 청와대발(發) 평화 공세에 또다시 묻혔고, 민생은 뒷전에 밀렸다. 날로 악화되는 경제지표는 국민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을 잃은 실업자와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는 길거리에 내몰렸고, 중소기업은 도산이 속출하고 있다는 서글픈 뉴스가 자주 들려오고 있다.

특히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64세 고용률(OECD 비교기준)은 66.8%로 전년동월대비 0.1%p 하락했다. 실업률은 3.6%로 전년동월대비 0.3%p 상승하면서 실업자도 102만 4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9만2천명이 증가했다.

어느덧 실업자 백만 시대가 정착된 '실업전성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방을 겨냥한 비수 찾기에만 몰두한 모습이다.

특히 국정 운영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은 ‘특별재판부’ 카드를 제시하며 한국당 고립 작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공동전선을 펼치며 특별재판부 설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당도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로 맞공세를 펼쳤다. 특별재판부 설치가 사법부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니 현 사법부 수장의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연일 각 당의 오전 회의와 논평은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으로 시끄럽다.

더 가관인 것은 국감이 끝나자 우리의 선량들은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고 자화자찬 놀이에 빠져있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감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는지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통해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행사하라고 국민이 부여한 중대한 권한이다. 하지만 2018년 대한민국 국정감사는 상대방을 헐뜯고 여론몰이에 몰두하는 정쟁의 현장이 됐다.

지난 20일 동안의 국감을 돌이켜보면 여야 정치권은 민생 해결을 위한 고뇌의 시간보다 자기 정파의 이익과 개인기 발휘에 전념한 시간을 보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을 숨기면서 국민을 돋보이게 만든 정치인은 현명한 국민의 선택을 받겠지만, 자신을 돋보이는데 몰두한 정치인은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것이라는 민심의 경고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춘추시대의 선각자인 관자는 “백성이 부유해지면 다스리기 쉽다. 지방과 나라가 편안함은 먹고사는 데서 비롯되니, 예절이 바로 서며 상스럽고 거친 풍속도 좋아진다”고 가르쳤다.

관자가 2018년 대한민국 국회가 펼친 정쟁 국감을 지켜보면 어떤 조언을 할지 매우 궁금하다. 백성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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