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반 동안 경제정책을 주도해온 '경제 투 톱'이 경질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에 김수현 사회수석이 낙점을 받았다.

청와대가 9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J노믹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3개 핵심축을 토대로 경제 역동성을 살리고 포용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 쇄신 없는 인물 교체는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지표를 악화시킨 점을 인정하는 정책 쇄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임금 주도가 아닌 고용 확대를 위한 소득주도성장에 정책 주안점을 두길 바란다. 임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폭을 넓혀서 소득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또한 단기 경기부양책 대신 노동개혁, 규제완화 등 구조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예컨대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창출 같은 정책은 길게 봐야 몇 달밖에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정책 추진이 요청된다.

한국 경제는 무기력한 상황을 조속히 반전시켜 활로를 열어야 할 시기다.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 경제를 책임진 2기 경제팀의 책무가 무겁고도 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이 한국경제 실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KDI는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2.6%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2.7%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충격적이다.

어디 이뿐인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최근 글로벌 거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3%로 제시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7%)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다. 경제위기를 우려할 정도 수치다.

무디스의 평가를 새겨들어야겠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투자 부진, 주택시장을 억제하는 거시건전성 조치에 따른 건설투자 감소, 소비 증가세를 짓누르는 일자리 창출 악화 등을 한국 경제 성장세 둔화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책책임자만 교체하고 기존 정책을 고수한다면 경제회생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최악실업률 등 장기 불황의 터널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을 일대전환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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