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인 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홍성인 기자] 지난 12일 열린 2018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가 두산에 승리를 거둬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다양한 스토리를 낳았다. 2007년과 2008년 당시 라이벌이었던 두 팀이 10년 만에 다시 최정상을 가리는 자리에서 만난 것과 매 경기마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명승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였다.

이번 SK의 우승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힐만 SK 감독의 고별무대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힐만 감독은 부임한 지 2년 만에 자신의 팀을 최정상에 올려놓았지만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올 시즌이 끝난 후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간다.

한편으로는 SK 우승에는 힐만 감독과 ‘아름다운 이별’을 원했던 선수들이 더 큰 응집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 감독 최초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힐만의 2년 동안의 모습은 그동안 SK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과거 SK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과 대비되기도 한다.

김성근 감독과 힐만 감독의 리더십은 분명 극과 극의 모습이라고 할 정도로 차이를 지니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일본야구에서 경험했던 지식을 바탕으로 철저한 데이터 야구를 펼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기는 것이 아닌 감독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상황을 전개해 나간다. 이런 성향으로 김성근 감독은 수시로 작전을 펼치며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그날 있었던 문제점들을 파악해 즉각적인 보완을 위해 노력한다.

반면 힐만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경기 중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선수 교체가 없고 번트 등의 작전을 자주 걸지 않는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그날 문제점 보다는 긍정적이었던 점을 부각한다.

두 사람의 성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김성근 감독은 "나를 무조건 따르라"이고, 힐만 감독은 "네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보라"는 식이다.

선수들의 실수에 대해서도 두 감독의 판단은 다르게 나타난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 교체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고 힐만 감독은 선수 멘탈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상 그대로 상황을 진행한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경기를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한다. 또 감독의 결정 하에 '승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신뢰를 높여나가는 스타일이다. 프로 세계에서는 승리가 곧 경쟁력이라는 명제임을 강조하며 오로지 야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반면 힐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족은 잘 지내냐"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선수들에게 야구 외에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말로 편안함을 이끌어내는데 노력한 것이다. 권위적인 면보다는 스킨십에 주력했고 이를 통해 팀의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성향으로보면 거의 상반되는 두 감독을 SK는 경험했고 모두 성공의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두 감독의 성향 중 어떤 부분이 맞느냐를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성근 감독도 당시에는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힐만 감독 역시 현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기나 상황에 따라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그 평가는 과정에서 이뤄지기보다는 결과를 놓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두 감독 모두 당시 팀 상황에 대한 분석을 적절하게 했고 실행에 옮겨 성과를 냈다는 공통점이 관통한다.

결과 중심으로 리더십을 말한다면 그 조직을 얼마나 철저하게 분석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그 분석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 녹여내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졌기에 성공한 감독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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