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결론에 '합병 정당성' 훼손
삼성물산·삼성전자 자본 손실 우려…이재용 3심 영향 전망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증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질문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 회계를 했다고 결론내렸다.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고 모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의 자본 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심 계류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용범 증선위 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기준 변경은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적인 분식"이라고 밝혔다. 다만 2012~2014년 회계처리 위반 여부는 고의가 아닌 과실로 봤다. 삼성바이오 주식은 당분간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되고 상장 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다. 회사 대표이사는 해임권고 됐고 과징금 80억원이 부과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1년 설립 당시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바이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삼성바이오는 이 과정에서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기존 장부가액(2천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천억원)으로 바꾸면서 4조5천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두게 된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사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적법하게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증선위는 지난 7월에는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관련 사항을 3년 동안 공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고 2012~2014년 회계처리부분에 대해서는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이 작성한 '15년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 대응 관련 회사 내부문건'을 공개해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박 의원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자체평가액 3조원에 비해 회계법인들의 시장평가액 8조원이 '뻥튀기'한 엉터리 자료임을 알고 있었다"며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도 콜옵션 행사로 인해 자본잠식의 위기에 빠지게 되자 이를 흑자회사로 둔갑시키기 위해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 회계가 인정됨에 따라 이 회사의 모회사인 통합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도 자본손실의 영향이 예상된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 회계가 인정돼 평가차익 4조5천억이 사라지는 만큼 삼성바이오의 자본잠식을 넘어 모회사인 삼성물산(43%)과 삼성전자(31%)도 보유 지분에 비례해 연결재무제표상 각각 1조9천억원, 1조3천억원의 손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283조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비교적 큰 영향이 없겠으나 20조원 규모의 삼성물산은 자산의 10% 가까이 손실이 발생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3심 재판 계류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앞날에도 암운이 드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은 "삼성은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수주 은폐를 통해 주가를 낮추고 제일모직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기업가치 부풀리기를 통해 주가를 띄워 이 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맞췄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없었기에 이를 위한 청탁 뇌물죄는 인정 안 된다'고 판단한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재판결과의 전제가 근본부터 흔들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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