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원청 갑질’ 대표사례로 현대중공업 ‘하청횡포’ 빅이슈화
문정부 공정경제·재벌개혁 천명… ‘타깃’ 대기업 될 가능성 높아져

▲ 사진=현대중공업

[일간투데이 윤명철 기자] 전 세계 조선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현대중공업이 정의롭지 못한 한국 자본주의의 전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2018년 국감에서 하청기업 기술 탈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의혹으로 난타당했다.

대한민국 고도성장 이면에 숨겨진 ‘원청기업의 갑질’은 대기업의 대표적인 흑역사다. 하청기업들은 원청기업의 횡포에 ‘갑질 포비아’에 빠져 피눈물을 흘리고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실현’에 전력할 것을 천명한 상황에서 터진 현대중공업의 갑질 의혹은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간투데이는 대한민국 대기업의 불공정한 경쟁과 재벌개혁에 초점을 두고 현대중공업의 하청기업 갑질 의혹 및 향후 전망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재벌 저승사자 김상조 “현대중공업 갑질 의혹, 전수 조사 중”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감 현장은 현대중공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갑질 의혹이 빅 이슈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이날 “30년간 납품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해당 부품을 다른 경쟁업체가 개발하도록 했다”며 “작년 6월 공정위에 신고됐지만, 조사관이 3번이나 바뀌며 조사가 안 끝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재벌 저승사자로 유명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도 현대중공업의 의혹에 철저한 조사를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유용은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현대중공업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해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의 칼끝에 서게 됐다. 공정위의 조사가 끝나면 현대중공업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유용’ 의혹은 대한민국 대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불공정한 거래의 유형이다.

최근 퇴임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 자본주의>에서 ‘원청기업의 갑질’ 유형에 대해서 ▲납품대금 지불 지연과 어음 결제 ▲서면계약서 미작성 ▲납품가 일방적 인하 ▲자사 제품 강제 판매 및 거래 강요 ▲하청기업 영업기밀 가로채기 등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갑질 의혹도 장 전 실장이 제시한 대표적인 원청기업의 갑질 사례에 해당한다.

장하성 전 실장은 이처럼 불공정한 적폐가 만연하는 이유에 대해서 “갑의 부당거래를 공정위에 신고할 경우에 을인 하청기업은 갑과의 거래를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위 신고는 견디다 못해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즉 대기업의 횡포가 개인적인 일탈이 아닌 대기업과 하청기업 간의 ‘갑-을’ 관계라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설명이다.

■文, 공정경제로 재벌개혁에 칼 든다

“‘공정경제’는 경제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는 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코엑스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대표 공약인 ‘공정경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고 진단하며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가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즉 자신의 집권 기간 내에 ‘공정경제’를 전면에 내세워 재벌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갑을관계 개선을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고, 특히 이번 현대중공업 갑질 의혹의 핵심인 기술탈취로 고발된 경우 공공입찰 참여를 즉시 제한하고, 기술탈취 조사 시효를 3년에서 7년으로 늘려 기술탈취에 대한 조사권도 강화했다.

또 문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평소 ‘강골’로 알려진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김수현 실장은 임명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경제정책기조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함께해서 궁극적으로 포용 국가를 달성한다는 방향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경제 사령탑이 한 목소리로 ‘공정경제’를 외치며 재벌개혁에 나설 것을 천명한 이상 현대중공업의 갑질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강력한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세대교체 인사 단행

현대중공업은 대내외적 위기에 빠져있다.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도 동기 대비 31.4% 감소나 감소했다.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지주는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천560억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31.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6조6천24억원으로 49.5%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천395억원으로 71.9% 감소했다.

주가도 변동폭이 컸다. 지난달 4일 141,000원까지 종가를 쳤지만, 국감에서 갑질 의혹이 터져 나온 25일 종가는 118,000원까지 떨어졌다. 15일 현재 129,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먼저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6일 현대중공업 공동 대표이사 사장에 현대미포조선 한영석 사장과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가삼현 사장을 내정했다.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제를 적극 추진할 뜻을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은 인사로 보여진다.

현대중공업 새 경영진은 “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영체제를 강화해 국가 경제와 사회에 더욱 공헌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영석-가삼현 경영진이 대내외적인 위기를 맞아 원청기업 갑질 의혹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버리고 이윤 창출과 공정경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이 하청기업과의 상생을 같이 하는 것이 사회공헌의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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