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경제 현실을 제대로 진맥하고 적절한 처방전을 내놓길 기대한다. 홍 후보자는 다음달 4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경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산업 현장 방문과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을 방문해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듣고, 민간전문가와 간담회를 열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 주요 이슈에 관한 대응 방향, 국내외 위험 요인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바는 단기적 경제 활력 제고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옳은 말이다. 한국 경제는 무기력한 상황을 조속히 반전시켜 활로를 열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이 한국경제 실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KDI는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2.6%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2.7%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충격적이다.

어디 이뿐인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최근 글로벌 거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3%로 제시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7%)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다. 경제위기를 우려할 정도 수치다.

우려스런 대목은 홍 후보자의 현실 인식이다. 그는 지난 9일 부총리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의 경기 상황이 침체나 위기라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홍 후보자가 내놓은 진단과 달리 한국의 경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경기지표들은 하나같이 과거 두 차례(외환·금융) 위기 때를 가리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예컨대 외환위기 수준 떨어진 동행·선행지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6으로 전월 대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동행지수로 보나 선행지수로 보나 금융위기 때와 경기 흐름이나 전망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설비투자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8월 6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인 후 9월 2.9%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반도체 공장 조기 준공에 따른 '반짝 효과'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 가동률이 악화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3·4분기 제조업 가동률은 74.3%다. 1998년 제조업 가동률은 67.6%였고 이듬해에는 76.1%였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77.6%와 74.4%였던 것을 고려하면 제조업 공장이 위기 수준으로 차갑게 식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자연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 실업자가 IMF 이후 최대인 100만명 육박하고 있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잖는가.

지표상으로나 경제의 질로 보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인식하길 바란다. 침체 국면에 있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산업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임금 주도가 아닌 고용 확대를 위한 소득주도성장에 정책 주안점을 두길 바란다. 임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폭을 넓혀서 소득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주어진 한국경제 회생 책무가 무겁고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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