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쟁(不爭)이란 다른 브랜드와의 싸움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함 알리는 것"

▲ 도서 '노자마케팅'. 사진=마일스톤 출판사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기자의 전공은 경영학이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이 전공을 택한 학생들은 보통 마케팅을 필수과목으로 배운다. 나이키, 코카콜라, 애플 등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 성공사례와 광고, 이들의 전략에 대한 분석, 끊임없는 발표…마케팅 수업은 타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들을 해야했다. 그래서 더욱 자유로웠고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더 공부했다. 다르게 분석하고 창의적이고자 노력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마케팅은 학문을 익히고 '생각법'을 찾는 과정이었다.

'노자 마케팅'은 대학시절 추억과 함께 현재를 되돌아보게 했다. 지금은 브랜드나 마케팅 업계에 몸담고 있지 않지만 특히 책에서 다룬 '고정관념'과 '차별화'에 대한 고민은 기사를 쓰거나 콘텐츠를 만들 때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구성은 타 마케팅 도서와 비교해 일반적이지 않다. 이 책의 곳곳에는 '노자'의 가르침이 녹아 있다. 사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노자'라는 단어에 살짝 놀랐다. "공자, 맹자할 때 그 사람?" 난해하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가르침과 마케팅의 결합이다. 쉽게 읽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지은 광고인 이용찬은 '노자'를 누구보다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들어볼 법한 '무위사상'을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간략하고 친숙한 문체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딱딱한 마케팅 전략서가 아니라 '이야기 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주 친근한 교수와 커피 한잔하면서 들을 수 있는 마케팅 이야기말이다.

마케팅을 공부하는 대학생도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단, 전공서 공부하듯 밑줄치며 읽을 필요는 없다. '노자'라는 이름을 한번이라도 들어봤거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부쟁(不爭)'. 즉 '싸우지 않음'이다. 다른 브랜드와의 싸움이 중점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함을 알리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면서 작가 이용찬은 <도덕경>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알면 이는 좋지 않다'는 문구를 인용한다.

두 가지 가르침은 곰곰이 생각해볼만한하다. 타인의 시선에 매몰돼 고정관념에 빠지지 말라고 스스로 존재함을 증명하는 것. 그래야 본인만의 브랜드, 이름을 찾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고정관념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업계 1위 사례나 타인의 미언(美言) 등이다. 듣기 좋은 말에 취해 본연의 컨셉을 잃고 아집에 빠지는 상황을 항상 경계해야겠다. 아집은 실패의 지름길. 책에서 인용한 노자의 <도덕경> 5장의 말처럼 세상은 인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을 토대로 언급했던 '예감', '아시아나항공'등이 그러했다. 그 결과 오리온은 '튀기지 않은 감자칩'이라는 브랜드를 얻었고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매몰돼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본연의 '컨셉'을 찾은 브랜드들이다. 작가의 표현처럼 이들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어둠의 장막을 걷어버렸다.

'노자 마케팅'을 통해 다른 독자들도 답을 찾았으면 한다. 관련 업계에 몸담고 있거나 CEO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유일무이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묘함'을 발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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