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방죽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지게 되고, 대궐 같은 집도 굴뚝에서 새어나온 작은 불씨 때문에 잿더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작은 잘못이 때로는 엄청난 과오(過誤)를 불러오게 되지요.

불이과(不二過)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過)는 허물이란 뜻이지요. 그러니까 ‘불이과’는 두 번 다시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공자의 제자중 안연(顔淵)은 한번 하고자 한 일이면 끝장을 보는 성격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안연에게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호학(好學)’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그런데 안연이 어떻게 변심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을까요?

공자는 변함없는 안연의 비밀을 ‘불천노(不遷怒)’와 ‘불이과(不貳過)’로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불천노’는 자신이 느끼는 화(火)를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불이과’는 한 번 한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불천노’와 ‘불이과’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 과오, 회피 대신 솔직하게 인정

화를 옮기지 않고 과오를 열정으로 바꾼 사람이 있습니다. 한 가수와 비행기회사와의 싸움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이름 없는 가수였던 ‘데이브 캐럴(Dave Carroll)’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수화물로 맡긴 자신의 기타가 화물칸으로 마구 던져져 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미국에 도착해서 기타의 목이 부러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무려 400만원이나 하는 고가 기타였지요.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유나이티드 항공 직원에게 항의했지만, 그 직원은 캐나다에서 항공권을 끊었으니 거기서 불만을 처리하라고 합니다.

급한 상황이라 자신의 돈 100만원을 들여서 기타를 고쳤습니다. 그리고 유나이티드항공사의 고객서비스센터와 계속 통화를 했지만, 9개월 후에야 그 항공사에서 이메일이 옵니다.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지요. 이럴 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항의해야 할까요? 그 가수는 화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U항공사의 잘못에 대해 기나긴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래, 그럼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라는 컨트리풍의 코믹한 노래입니다. 유튜브(Youtube)에 올라간 경쾌하고 재미있는 이 동영상은 일주일 만에 300만 명 이상이 보았고, 몇 달 동안 1천만 명 이상이 그를 응원했으며, 동시에 U항공사를 비난했습니다.

■ 찾아오는 고비 돌아갈줄도 알아야

그리고 그는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나 가수로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캐럴은 U 항공사를 비판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로 인해 그가 더 유명해졌습니다. 그 덕분에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서 그를 인터뷰했고, ‘아이튠즈(iTunes)’ 같은 음원판매 사이트에서도 그의 노래가 크게 히트했습니다.

오히려 급해진 건 U항공이었습니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간 후, U항공사의 주가(株價)가 나흘 동안 10퍼센트나 빠져서 한국 돈으로 2천억원(1억 8천만달러)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금액은 캐럴의 기타를 5만 개 이상 사줄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U항공은 캐럴에게 사과하고, 노래 동영상을 수하물 관련 직원들의 교육용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악기 등, 파손 우려가 있는 물품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기업의 환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찌 시비(是非)가 없고 과오가 없겠습니까? 살아가면서 고비가 찾아옵니다. 그럴 땐 그 고비를 억지로 뚫으려고만 하지 말고 수월스럽게 돌아갈 길을 찾는 것이 선책(善策)입니다. 무지포악한 사람이 와서 시비를 걸 때에는 슬그머니 그 경계를 피하였다가 뒤에 타이르듯이 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우리 어리석게 과오를 변명하고 회피할 것이 아닙니다. 솔직하게 잘못을 사과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불이과’의 교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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