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산업의 생산성 제고가 시급하다. 예컨대 은행들은 국내에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발생하는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손쉬운 경영을 해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기업·농협 등 국내 6대 은행이 올 들어 3분기까지 10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7조9천억원)보다 23.1%(1조8천287억원) 증가한 수치로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최대 규모 실적 잔치를 벌였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보험, 카드사 등 비(非)은행 계열사들의 실적도 좋아진 덕분이다. 증권시장 약세 여파 등으로 비이자이익은 15%가량 줄었지만 이자이익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이기에 금융위원회는 은행업 경쟁 제고를 위해 이달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할 계획이다. 국내은행 간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 결과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내 경쟁과 혁신 촉진 및 진입정책의 신뢰성 제고의 일환으로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를 통해 지난 9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한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위의 분석 중 주목되는 바는 은행업의 시장집중도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지난 2015년 다소 집중된 시장으로 변화한 후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시장구조와 경영효율성 등에 대한 보조분석 결과에 따르면 은행업 경쟁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는 사실이다. 상위 6개 은행의 규모가 하위 은행들과 큰 격차를 유지해 향후 경쟁유인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고 상위 은행들의 비용효율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효율경영을 위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 추가도 중요하지만 여건 마련도 절실하다. 우리나라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은 빠른 성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한다. 반면 금융 결제 시스템은 불편하고 복잡한 편이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 합성어)의 경우 국내 금융 관련 각종 규제에 묶여 IT(정보기술)강국이라는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뒷받침하고 있다.

핀테크란 모바일 결제와 송금, 개인자산 관리, 클라우디 펀딩 등 금융과 IT 융복합형 산업을 말한다. 중요한 미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핀테크 기업 가운데 전 세계 100위권에 드는 업체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핀테크 평균 이용률은 32%로 20개국 평균과 비슷하다. 그러나 중국(69%)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인도(52%)와 브라질(40%) 멕시코(36%)보다 낮다. 충격적인 실정이어서 호기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말해주고 있다.

금융을 지원하던 IT가 금융을 이용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모바일이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직접 은행에 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을 해온 우리 금융산업도 금융과 IT의 융·복합화로 새롭게 도약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래야 선진국 수준의 은행 생산성 제고가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