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소소위를 통해 일자리 예산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야 3당이 예산안과 선거구제 개편의 연계처리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4일부터 농성에 돌입하는 등 예산정국이 더욱 꼬이는 상황이다.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겼기에 입법부 스스로 법을 어긴 셈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선거구제 개편과 연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야당 모습도 떳떳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 같은 국회 파행은 집권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명분 없이 기득권을 놓지 못하겠다는 구태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연내 예산안 통과와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안 처리를 촉구하며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야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한 게 사실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출 소선거구제(1선거구 1인 선출)는 오직 1위만 살아남는 승자 독식이 판을 치고, '사표(死票)'가 양산되고 있다. 정당 득표율이 의석 비율과 거의 일치하는 합리성, 곧 표의 등가성(等價性) 확보가 긴요한 것이다.

예컨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 지역구 의원 당선자 숫자를 보자. 민주당 110명, 새누리 105명, 국민의당 25명, 정의당 2명이었다. 그런데 당시 득표율대로 의석수 가져갔다면 두 거대 정당 의석수는 줄어들고 군소 정당 의석수는 두 배까지 늘어나게 된다. 득표율과 의석수의 이런 차이 없애고 둘이 '비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소수 야 3당의 주장이다. 그래서 나오는 게 연동형비례대표제다.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건데 총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로 정해지는 식이다.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원 당선자가 적으면 비례대표를 많이 가져가고 그 반대면 비례대표를 적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현행 국회의원 정수는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비례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의원 정수 300명을 권역별 인구비례로 배분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 범위에서 정하자는 안을 낸 바 있다. 난제는 지역구를 200명으로 줄여야 하는데 선거구 재획정이다.

그래서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대가 만만치 않다. 국회 불신이 짙다. 한데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원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14명이다. 이 가운데 단원제 국가 평균은 802석이다. 한국국제정치학회 김도종·김형준 교수는 총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 중앙정부 예산과 중앙공무원 수 등을 고려해 산출한 우리나라 국회의원 적정 규모는 368~379명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는다면 증원도 긍정 검토할 만하다. 여야는 과감한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전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정수 증원 도입 등 선진국형 선거제도 개선에 합의토록 속도를 내길 촉구한다. 내년 예산안 처리도 더 미뤄선 안 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