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총, 'S사 노사전략' 문건 언급하며 무노조 경영 비판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협상 타결, 노동권 보장 투쟁의 성과"

▲ 9일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세계 최악의 보스' 2위로 뽑혔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전 세계 '최악의 보스' 2위에 올랐다. 선대 이병철 회장때부터 내려오는 '무노조 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과도한 집착이 임직원들이 합심협력해 만들어 낸 최첨단 기술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는 양상이다.

9일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세계 최악의 보스' 2위로 뽑혔다. 해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 투표는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통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업 모델을 가진 회사"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최종 후보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10명이 올랐으며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현지시간)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1위는 52%의 압도적 득표율로 유럽의 대표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가 차지했다. 회사 성공의 열쇠로 '노동 유연성'을 꼽는 오리어리 최고경영자는 노조를 만들려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저임금·저비용 구조 위에서 노동자들을 착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라이언에어 직원들은 지난 8월 유럽 곳곳에서 임금 및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파업을 진행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의 득표율로 2위에 기록됐다. 국제노총은 "삼성은 첨단 기술로 유명한 회사지만 150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을 하청업체와 자회사의 거대한 그물망에 얽어맸다"며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전모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을 언급했다. 그동안 삼성은 선대 이병철 회장때부터 헌법상 보장되는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아 온 가운데 이른바 'S사 노사전략'문건이 공개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괴' 공작이 샅샅히 드러나면서 사회적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직접고용 협상을 타결하는 등 사실상 무노조 경영 방침을 철회하면서 속속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노총은 "삼성이 최근 노조와 대화를 시작했다"며 노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의 성과로 평가했다.

3위는 노동자를 '로봇'처럼 생각한다는 평가를 받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가 선정됐다. 그 외 상습적인 성추행·성폭행 사실이 발각된 하비 와인스타인 미라맥스 설립자,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 등 유명 CEO들이 '최악의 보스'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국제노총은 세계 163개국 331개 회원조직에서 2억700만 명이 가입된 세계 최대 노동조직이다. 투표 결과는 지난 7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 총회에서 공개됐다. 이번 총회에 우리나라에서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해 각 노총의 조직화 성과와 국내 노동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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