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분식 회계 넘어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겨냥
박용진 의원, "'탄착점'이 아닌 '발사 원점' 수사해야"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검찰은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회계부서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 관련 장부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검찰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고 고발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물론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의 칼끝이 이번 분식회계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본격적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 송도 삼성바이오 사옥과 삼성물산,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안진과 삼정 등 고의 분식 회계와 관련된 회계법인 4곳도 포함됐다.

이번 삼성바이오 수사에서 검찰이 크게 주목하는 사안은 2가지다. 우선 금융당국이 직접 고발한 공시 고의누락 및 분식회계 혐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사에 부여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며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을 권고하면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가 2015년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기준을 기존 자회사 연결법(장부가액)에서 관계회사 지분법(공정가액)으로 변경하면서 4조5천억원의 자산 부풀리기를 해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리고 같은 달 20일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이에 검찰 수사력도 일차적으로 삼성바이오의 고의 공시누락 및 분식회계가 사실인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또한 모회사인 삼성물산까지 압수수색이 이뤄짐에 따라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사건은 그 배경으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의 연계성도 수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다.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은 옛 삼성물산보다 3배 가까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한 주도 없었던 삼성물산은 낮게 평가되고 제일모직이 보유했던 에버랜드·삼성바이오 등에 대해 높은 가치 평가가 이뤄진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회계 법인까지 동원해 회계 조작을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도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고의분식 회계사건은 한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과정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더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검찰이 깨닫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수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라는 '탄착점'에 대한 것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라는) '발사 원점' 타격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며 "경영권 승계 작업을 통해서 총수일가의 사적 이익 보전을 위한 광범위한 모의에 대해서 원점 타격을 제대로 해야만 우리 경제를 뒤흔드는 또 다른 포탄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오는 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로 드러난 제일모직·(구) 삼성물산 합병 문제 진단' 좌담회를 개최한다.

이날 좌담회는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가 좌장을 맡아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삼성 지배구조 현안과 삼바 분식회계'를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회계사)이 '삼바 분식회계를 통해 드러난 삼성 합병의 문제점'을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가 '삼성의 승계 및 지배구조 유지의 문제점'을 ▲김종보 민변 공정경쟁팀장(변호사)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편법 행위의 문제점'을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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