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증’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 등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과 관련,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논의하는 확대경제장관 회의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5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처음 제기할 당시 쓴 ‘수용성'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해 주목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엄중한 경제상황을 고려하는 가운데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서 경제주체들이 서로 양보하고 감내할 수 있는 타협을 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시사로 읽힌다.

긍정 평가할 만한 정책 전환 의지로 해석된다. 옳은 방향 설정이다. 한국 경제의 근본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 우리 경제에 경보음이 연신 울리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은 흔들린 지 오래됐고, 잘 나가는 반도체는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이끌 ‘교체선수’가 없어 신산업은 실종되는 현실이다.

이러니 한국 성장률은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어두운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2.7%로 하향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18년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낮췄다.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 등에 따른 수출 감소가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내년 성장률도 2.9%에서 2.8%로 내렸다. 2.5%까지 낮춰 잡은 경제 전망도 힘을 얻고 있을 정도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7%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낮춘바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 역시 3.0%에서 2.8%로 내려 잡았다. 골드만 삭스, 노무라, UBS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당초 3%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 2.8%, 2.9%로 하향 제시했다.

우리 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주된 이유로는 30년째 반도체를 앞세운 전자와 자동차·조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꼽을 수 있다. 더구나 이들 주력산업이 휘청이는 가운데 넘치는 규제에 신산업마저 자리를 잡지 못하면 한국의 성장 사다리 자체가 무너진다는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노사관계 경직성이 조기 해결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 노동시장을 73위로 낮게 평가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강력한 기득권을 깨뜨리지 못한 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하며 노동시장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기득권에 매여 말로만 4차 산업혁명을 되뇌는 현실을 직시, 과감한 규제 혁파를 단행해야 한다. 세계를 주도하는 신산업 발전을 위한 퍼스트 무버에 목표를 두고 정책을 시행하길 기대한다. 산업계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법과 제도에 막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의료와 정보기술(IT) 분야 강국이지만 법·제도 미비로 아직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가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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