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회복시켜야 할 시기다. 우리경제는 수출증가세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설비와 건설투자가 급감하는 등 성장세가 급격히 약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실정이기에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도 올해 20만명대 중반에서 7만명으로, 내년 20만명대 초반에서 10만명으로 대폭 낮췄다. 장기 불황의 터널이 더욱 깊어지는 전조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 성장률은 2.7%다.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산업별 온도차도 크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생산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인데 비 ICT 산업 생산 증가율은 0∼2%대에 그쳤다. 반도체·수출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경제 성장률은 '선방'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11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1천130억 5천4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21.1%를 차지해 작년 17.1%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 등으로 반도체마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올해 1월 53.3%를 찍은 후 줄곧 하락해 11월 11.6%로 위축됐다.

반면 다른 주력상품인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철강 등은 증가세가 급속히 둔화됐다. 고용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고용, 투자를 줄였고 이는 가계소득·소비 부진으로 연결된 모양새다. 정부가 직시해야 할 대목이다.

마침 재정·통화정책 당국을 이끄는 양대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11일 홍 부총리의 취임 이후 8일 만에 첫 만남이 성사됐다. 회동 이후 귀추를 주목한다. 두 사람은 우리 경제여건이 녹록치 않은 현실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재부와 한은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경제활력 제고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적극적 재정 확대에 통화정책이 조화롭게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게 소득이라고 하겠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언급이다. 이 총재는 한국경제가 3~4년 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한 점이다. 반도체 이후 신성장 동력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실토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빠르게 전개되는 저출산·고령화도 속도가 두려울 정도여서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사실 내년 세계 경제의 하강 리스크도 우리 경제에 위협 요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성장 견인력 약화로 내년 경기 하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다 중국의 내수 경기 내리막세도 강해지면서 중국경제의 위기 발생 가능성이 예견돼 위협요소로 꼽힌다.

실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대 중국 경제의존성을 감안할 때 한국경제에도 차이나 리스크가 전염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비중은 25%, 대미 수출 비중은 12% 안팎으로 두 나라 합쳐 37% 정도에 이른다. 양국의 교역 감소와 경기 둔화, 글로벌 교역 위축은 우리 수출에 직격탄을 안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을 시발점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비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보 및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경쟁력 있는 제조업 육성 등에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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