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명예교수·시인

황송문 교수.

이범선의 소설 '청대문집 개'의 주인공 김억대는 강아지 때문에 부자가 된다. 그가 강아지를 매어놓았는데, 쓰레기를 버리려고 트럭을 몰고 다니던 미군병사가 강아지와 친하게 돼 거기에 쓰레기를 버렸고, 전쟁고아 소년은 그것을 수거해 돈을 벌게 된다. 미군 쓰레기에서 수거한 음식물 찌꺼기로 돼지도 기르면서 헐값에 사둔 산에서 돌이 나와 채석장 주인이 된다.

채석장 발파작업으로 돌이 굴러 내리는 바람에 인부들이 죽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는 병원보다는 경찰서부터 찾았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났었느냐는 듯이 사건은 무마되고 흥겨운 술판이 벌어진다.

■ 연금문제 국회에 떠넘긴 文정부

전쟁고아가 강아지로 인해서 부자가 됐는데, 10년 세월이 흐른 후 어느덧 그 강아지는 늙은 개가 돼 복날 채석장 인부들의 술판에 술안주가 되어 나온다는 얘기다. 채석장에서 사고가 났으면 병원으로 가야지 왜 경찰서로 가는가. 그 개를 잡아서 술안주로 쓰다니. 세상에 이런 배은망덕, 이런 후인무치가 없다.

이 '청대문집 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와 흡사하다. 이 정부는 넝마주이 소년이 배은망덕하게도 개를 말살하듯이, 과거를 말살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과거의 업적을 말살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을 말살하고, 박정희를 말살하고, 원자력발전소를 말살하고, 새마을운동을 말살해 가고 있다.

왜 효자노릇을 하는 높은 가치의 상품을 말살하는가. 왜 자꾸 재를 저지르는가. 경제는 하향곡선을 긋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소귀에 경 읽기다. 아무리 말해야 소용이 없다. 쥐를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울 것 같아 걱정이다. 환경단체 말만 듣고 재를 저지르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하는가. 이는 편을 가르고 미움이 들끓게 하는 이념에서 기인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념으로 말미암아 기업인(자본가)을 증오하고 노동자를 옹호하다가 일이 자꾸 꼬여가는 게 아닌가.

■ 권세는 누리면서 궂은일은 외면

사람의 마음은 물이나 불과 같아서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을 끓게 하는 것은 불이지만, 그 불을 끄는 것은 물이다. 불이 지나치게 승하면 화재가 발생하고, 물이 지나치게 범람하면 모든 사물을 휩쓴다. 여기에 물과 불의 균형 있는 조화가 요구된다. 이 두 요소를 바람직하게 조화시키는 것은 중간의 솥이다. 솥이 물과 불의 사이에서 두 요소를 관계 맺게 하기도 하고 절제하게 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입법·사법·행정, 이 삼부가 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경찰은 정권 실세 눈치 보기에 바쁘고, 공무원은 복지부동이며, 국군은 야전의 군기를 잃었다. 경제가 내리막으로 굴러도 속도조절을 해야겠다는 말뿐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김억대가 사상자를 병원으로 신속히 옮겨야 하는 데도, 다른 곳으로 향했듯이 문재인 정부는 '연금고갈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미뤄오다가 이제는 국회로 떠넘기고 있다. 존귀영광 모든 권세는 다 누리면서 힘든 일, 궂은일은 외면하고 피해온 게 사실이다. 노사문제가 그렇고, 연금고갈문제가 그렇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 10대·20대 연령대는 빈손으로 노후를 맞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덜 내고 더 받는 연금'이 가능한 것처럼 말해왔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는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정직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지도자는 주인다운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어려운 일, 인기 없는 일이라고 해서 김억대처럼 회피해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나라의 살림을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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