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또 다른 길- 물길과 철길<8>

휴일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청계천, 그곳에서 마냥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콘크리트벽에 갇혀 지내는 도시인들에게 하천이, 그리고 자연이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모든 하천이 쾌적하지는 않다. 낙후된 하천엔 오염된 물이 흐르고 악취가 나는 탓에 지나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럴 때면 기억 한켠에 아스라한 풍경 한 폭이 떠오른다. 어릴 때 도랑에서 가재를 잡거나 마을앞 하천에서 물고기를 몰던 일 말이다.

주름 가득한 얼굴에서 솜털 보송보송하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맑디맑던 물과 아름다운 자연환경만은 되찾고 싶어진다. 때마침 청계천의 부활은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고 있지 않은가. 하천은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물을 공급하는 이수기능,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치수기능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기능을 하고 있다.

자연하천은 조물주가 만든 수리구조물이다. 높은 데서 낮은 곳을 향하여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길이다. 그래서 자연친화적이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이 조물주의 작품을 인간의 작품으로 바꾸면서 많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천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숨쉬는 공간인데 사람이 지나치게 간섭한 결과 오히려 하천의 다양성과 연속성, 자정작용 등 원래 하천이 갖고 있던 장점이 약해지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수질은 악화되고, 경관도 나빠졌다. 또한 저수공간이 부족해져 홍수 피해도 늘어났다. 도시 하천의 대부분은 도시 외곽의 산 속에서 발원한다. 이런 도시 하천은 흐르는 물과 함께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로 이용되어 도심과 외곽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생태통로의 역할을 한다. 실제로 강남구 양재천에서는 너구리와 백로가 서식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보통 도시의 경우 아스팔트, 콘크리트, 자동차 연소열 등으로 교외의 녹지보다 온도가 높은 열섬(Heat Island)현상이 발생한다. 지난 30년 동안 서울시의 연평균 온도가 1.4도나 상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도심의 하천은 열을 식혀주는 냉각수 역할과 통풍기능을 함으로써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환기구 역할을 한다. 청계천에 물이 흐르면서 주변 온도가 낮아지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또한 여백 없이 빡빡하기만 한 도심지의 하천구역은 생태공원과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녹색 자원이다. 여자만 가꾸기 나름이 아니라 하천도 가꾸기 나름이다. 잘 가꾼 도심의 하천은 도시 미관을 살리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선진국에서는 역사나 문화와 연계한 하천환경을 조성해서 특색있는 도시를 만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파리는 세느 강을 프랑스의 전통 건축물과 조화된 아름다운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하천이 복개돼 도로, 주차장 등으로 이용됨에 따라 환경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실태를 보면 서울시가 복개한 관내 법정하천만도 전체의 29%나 된다. 부산과 광주도 17%나 된다.

다시 말해서 도시화 비율에 비례해서 하천의 복개비율도 높다. 전국의 하천가운데 복개하천은 165곳으로 231Kmsk 된다. 이렇게 하천이 복개되면 물의 정상적인 흐름을 막게 되고 생태 이동로가 단절된다. 이 정도면 위기감 마저 느껴진다.

그렇다면 선진국은 하천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일본을 1969년부터 하천환경정비 사업을 도입하고 1990년대부터 ‘다자연형 강만들기 사업’ 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환경훼손 구간의 지엽적인 복원은 이루어졌지만 과다한 조경과 외래식물을 심으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2002년부터는 ‘자연재생사업’으로 전환해 외래종 군락조성을 지양하고 고유 생물의 다양성을 회복했다. 또한 상하류의 광역적 생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하천환경복원사업’을 도입해서 1990년대 이후 자연하천을 복원하고 치수안전도를 높이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대상은 경기도 화성시의 오산천, 전북 순창의 경천, 경기도 광주의 경안청 등 일곱 개 하천이었는데 4개 하천은 이미 끝마쳤고, 나머지도 2006년까지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전국의 도시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2005년이었다. 30개 도시의 50곳의 하천이 대상지구로 선정됐다. ‘테마형도시생태하천정비계획’ 이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도시하천의 환경개선 방안은 도시별로 테마가 있는 생태하천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남 함평군의 테마는 나비다. 이곳에서는 ‘2008 함평 세계 나비·곤충 엑스포’ 개최를 준비 중이다.

환경이 훼손된 함평천에 나비생태계를 복원하면 함평군은 세계적인 나비관광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안양시의 테마는 버들치다. 오염된 하천의 대명사였던 안양천이 1급수 어종인 버들치의 서식처로 다시 태어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글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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