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법제처에 유권해석 의뢰
최근 여권서 “법적 가능” 주장…
‘명의변경 지체’ 여부 쟁점으로

▲ 정부가 지난 2008년 특검 때 드러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관련 법리 해석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신호등 위로 삼성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가 지난 2008년 특검 때 드러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관련 법리 해석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증여세 부과는 법정 기한이 지나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여당에서 '법적으로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법제처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군포을)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건희 회장 차명주식 증여세 과세와 관련한 법령해석을 법제처에 요청했다고 27일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지난 12일 이 의원실의 요청을 받아들여 법제처에 이 회장의 차명재산에 '명의개서(명의변경) 해태 증여 의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지난 2003년 도입된 명의개서 해태 증여 의제는 소유권 등을 취득하고 나서도 실소유자로 명의를 바꾸지 않으면 이를 증여로 보고 과세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도입 이전에 소유권을 취득한 차명재산은 2004년 12월 31일까지 실소유자로 명의를 바꿀 것을 주문했다. 2005년 1월 1일부터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의원측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에 이 규정을 적용하면 2019년까지 최고 50%의 증여세와 관련 가산세 40%를 매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한 경우 세금을 매길 수 있는 부과제척기한은 15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 회장의 사례에 이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명의변경 해태 의제는 소유권이 바뀌었음에도 그전 소유자 명의로 방치했을 때 적용하는 규정인데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명의신탁'이기 때문에 전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법제처 법령해석은 통상 2개월이 소요된다.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이병철 선대 회장 사후 형성된 이건희 회장 차명주식에 대해 과세가 예상된다. 당시 비상장상태였던 삼성생명 차명주식 2조3천억원 중 상속을 제외한 1조8천억원 가량과 삼성전자 등 상장주식 1조7천억원이 대상이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은 수사를 통해 약 4조1천억원의 차명 주식을 포함한 4조5천억원 규모의 이 회장 차명재산을 밝혀냈다. 당시 부과된 증여세는 4천500억원 정도였다.

이 의원은 "'주식을 실소유자 명의로 전환하라'는 취지의 법을 만들었는데 '타인 명의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기재부의 해석에 동의 할 수 없다"며 "이건희 회장 차명주식에 정당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제처가 올바른 해석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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