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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전문가에게 길을 묻다⑩] "4차산업시대 경제 재도약 데이터 활용에 달려있다"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욱신 기자
  • 승인 2019.01.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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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가 4차산업혁명 시대 정보 자원의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빅데이터를 하든 자율주행을 하든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든 4차산업혁명 기술의 저변에는 데이터(정보)가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 여부는 정보의 공유와 유통, 융합에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는 4차산업혁명 시대 정보 자원의 경제적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대학에서 방송·통신·인터넷 규제를 주로 연구하는 김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을 맡아 개인정보보호를 비롯한 우리나라 IT정책 전반에 대해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국회 추천으로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선임돼 국민의 인권향상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개인정보보호 규제 3법 개정안, 부족한 점 많지만 가명정보 활용 길 열어 

먼저 지난해 말 정부·여당이 입법화에 시동을 건 개인정보보호 관련 3법 개정안에 대해 물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11월 4차산업혁명시대 신성장 동력인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등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 3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개인정보와 가명정보를 재정의하고 그 이용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 모호한 규정 때문에 활용이 곤란했던 개인정보는 암호화 등 안전성 확보조치가 있으면 추가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고 개인정보처리자 책임을 강화했다. 또한 추가 정보 결합 없이는 개인의 신상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개인정보를 가명정보로 정의내린 뒤 특정한 목적의 과학 연구나 통계 작성, 공익적 기록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 '쓰지 말라'는 규제 일변도였다"며 "이는 오프라인 거래나 초기 정보화시대에는 통용됐을지 모르지만 다양한 정보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가 창출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맞지 않는 데이터 활용법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개인정보와 가명정보를 분리해 가명정보는 개인의 구체적인 동의 없이도 공유·유통시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 창출의 길을 터줬다"며 "여전히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일단 우리 법제에 가명정보 활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집어넣음으로써 정보 활용의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가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규제 관련 3법 개정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산업계, "미국·중국식 규제 완화 요구"…"미국·중국, 우리 여건과 달라 따를 모델 안돼"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산업계와 소비자·시민단체 모두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11월 벤처기업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데이터(가명정보)의 결합 및 유통 권한을 국가 허용 전문기관에만 부여하는 것은 규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세계 각국과 정면 배치돼 데이터 쇄국주의로 가는 또 다른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전문기관의 승인을 받아 개인정보를 반출하면 의료·바이오·정보통신기술 등의 신성장 산업에서 가명 정보 활용이 더디게 진행돼 4차산업혁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중국처럼 우리도 과감하게 정보 활용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중국 IT기업들이 정보보호 규제 제약이 없는 가운데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확보해 소비자 맞춤형의 다종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지난 2017년 기준 전 세계 시가 총액 순위 상위 8대 기업을 살펴보면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 모두 미국·중국 IT업체들이다.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이상 미국), 알리바바, 텐센트(이상 중국) 등 하나같이 쟁쟁한 글로벌 IT기업들이다. 

반면 우리나라 시총 순위 상위 10대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제조업 기반 회사들이 대부분이고 IT 주력기업으로는 SK텔레콤이 간신히 순위 안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 뒤로 IT기업 중 시총 규모 20조원을 넘나드는 회사는 네이버가 있는 정도다. 지난달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전파를 쏘아 올릴 정도로 IT인프라의 첨단을 달리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IT기업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김부겸 장관도 지난해 9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갖췄지만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발표한 디지털 경쟁력 순위를 보면 빅데이터 활용능력이 전체 63개국 중 56위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규제로 활용의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은 개인정보보호 법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1860년대에 데이터 브로커 회사들이 개인의 신용 정보를 수집해 은행 등 정보수요자에게 판매하는 등 개인정보 활용 산업이 먼저 발전하고 난 뒤 최근에야 개인정보 보호 관리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며 "중국은 개인의 권리보다 당·국가의 정책 목적을 우선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우리나라처럼 민주국가에서 받아들일 입법 모델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가 개인정보보호법 규제 관련 3법 개정안에 대한 산업계·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반론을 펴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시민단체, "가명정보 활용, 공익 목적으로 제한해야"…"선험적 공익·산업적 목적 분리 쉽지 않아"

참여연대·경실련·소비자시민모임 등 소비자·시민단체 또한 정부 개정안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같은 달 국회 앞 성명을 통해 "정부가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대로 (산업적 목적의) '통계나 과학적 연구'에 가명 처리된 정보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면 자칫 개인정보 침해로 번질 수 있다"며 "개인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악용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장치를 만들고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정부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시민단체의 주장처럼 가명 정보 활용을 공익 목적에 대해서는 허용하고 산업적 목적은 불허하는 것이 '두부 자르듯이 나눌 수 없다'"며 "가령 제약회사가 자신들의 이익 증진을 위해 가명정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한 결과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열 수도 있으며 은행이나 통신회사 등이 상호간의 가명정보를 교환·공유해 소비자에게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확대하고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통신 서비스 상품을 내놓는 등 소비자 혜택의 증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신 가명정보 재식별 조치가 일어나면 개인정보 해킹과 같은 중범죄로 엄격히 처벌함으로써 재식별 시도를 예방할 것을 권고했다.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독립 기구로 위상 강화…GDPR상 적정성 평가받아 국내 기업 유럽 진출 도움

이 밖에 이번 개정안에는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에 분산돼 있던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모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통합·이관토록 했다. 정보보호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독립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관계 부처와의 공동조사요구권·행정처분 의견제시권 등을 부여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정보보호 체계는 방통위와 행안부로 권고와 집행 기능이 이원화돼 개인정보보호의 실효성이 낮았다"며 "권고와 집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기구를 신설함으로써 글로벌 정보보호 규제의 표준이 되고 있는 EU(유럽연합)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 규정)상 '적정성 평가'(EU가 각국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자신과 동일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를 받게 해 국내 기업이 유럽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가 정부에 바람직한 4차산업혁명 정책 추진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게 유연하게 규제 적용·해석해야…기업, 막연한 규제 불안감 벗어나야 

또한 김 교수는 규제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은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한 데에는 기업인들이 막연한 규제 불안감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감사원은 담당 공무원이 신성장 산업 발전을 위해 허가를 내 준 경우 명백한 불법이 아닌 이상 유연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업무 감사를 진행하고 국회는 신성장 산업 진흥 입법을 발 빠르게 추진하며 사법부는 예측가능성·신뢰성·합리성·일관성의 기준 아래 탄력적인 법 해석을 함으로써 이전에 경직된 법 해석으로 인해 규제가 오·남용되는 현상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의 4차산업혁명 추진 전략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교수는 "최근 카풀(차량공유) 앱 출시를 앞두고 피해가 예상되는 기존 택시업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회사는 서비스 도입을 연기하고 관련 입법 추진도 멈춰 서게 됐다"며 "정부는 조급하게 '보여주기'성 4차산업혁명 결과물을 내놓기 보다는 정부 조직 전체가 총체적으로 협력해 묵묵히 정책을 추진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아울러 정책 추진으로 피해를 입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공론화위원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청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큰 마찰비용 없이 순조롭게 4차산업혁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김민호 교수 약력
▲1988년 성균관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1995년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졸업(법학박사·행정법 전공) ▲1996년 ~ 1997년 미국 보스턴대 법학전문대학원(Boston University School of Law) 박사후 과정(Post-Doc.) ▲1998년 ~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3년 ~ 2005년 미국 아이오와대(University of Iowa) 법대(College of Law) 객원교수 ▲2009년 ~ 2011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2014년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비상임위원 ▲2014년 ~ 현재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대통령소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법제처 법령해석위원 ▲2015년 ~ 현재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 ▲2018년 ~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공법학회 학술장려상·호암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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