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지 않지만 속빈 강정인 영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하정우, 이선균 주연의 영화 'PMC: 더 벙커'는 김병우 감독만의 새로운 연출이 돋보여 지루함 없이 진행됐지만 일각에선 내용의 부진함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실감 나는 영상미는 감동

영화 'PMC: 더 벙커'는 대선을 앞둔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 전쟁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 중 작전을 수행하다 지하 30m 깊이 벙커에 갇힌 PMC(글로벌 군사 기업)의 캡틴 에이햅(하정우)과 그의 팀이 살기 위해 주치의 윤지의(이선균)과 함께 북한 수장 ‘킹’을 살리는 과정을 그린 전투영화다.

영화 'PMC: 더 벙커'의 김병우 감독은 영화의 전투 장면을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앵글을 사용해 화려하게 그려냈다. 지난달 있었던 영화 'PMC: 더 벙커' 제작보고회에서 김병우 감독이 "엔딩 크레디트 촬영팀 이름에 배우 이선균의 이름도 넣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배우 이선균이 셀프샷으로 촬영한 장면들이 많았다.

배우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연기한 영상은 움직임이 더 실감 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총격전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관객은 실제 배우들과 함께 벙커에 갇힌 듯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고 죽음보다 삶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 내용 부진으로 여운 없는 결말

좋은 영화는 영화관을 나온 뒤 깊게 남은 여운으로 재관람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PMC: 더 벙커'는 관람하는 124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으나 내용의 부진함으로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잊혀졌다.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오는 영화가 그렇듯 '살아남는 것'에 배우도 스토리도 관객도 집중하게 되지만 영화 'PMC: 더 벙커'는 영화에 담은 메시지를 극 초반부터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설명했다.

극중 에이햅(하정우)와 인턴 로건(스펜서 다니엘스)의 대화 장면에서 로건은 "전쟁은 반드시 일어난다"며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결말까지 에이햅이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는는 과정을 너무 길게 그렸다. 영화에 중요한 내용은 그것이 전부였으며 북한에서 온 주치의 윤지의(이선균)가 모범 답안을 떠먹여주며 그마저도 급하게 마무리됐다.

또한 영화에서 감독의 재치 부족이 느껴졌다. 주연들이 겪은 극한 상황과 전투 장면에만 집중하느라 결말의 재미가 부족했다. 결국 주인공들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호기심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영화가 결말에 대해 상상하고 토론하며 대중들 사이에서 '대화거리'가 될 때 문화는 유흥이 아닌 예술이 된다. 영화 'PMC: 더 벙커'는 애매하게 유흥과 문화의 사이 어딘가에 있다. 연출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관객의 몰입력을 자아냈지만 뇌리에 남지는 못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한편 하정우, 이선균 주연의 영화 'PMC: 더 벙커'는 지난 26일 개봉돼 전국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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