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비구니 스님 한 분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물론 사전에 약속이 있었다. 스님으로서 성경 중에 예수님의 핵심 가르침인 산상수훈(山上垂訓·마태복음 5~7장)을 바탕으로 영화 ′산상수훈′을 감독·연출해서 국제적 명성이 높은 대한불교조계종 대해사(大海寺·경북 경산시) 국제선원장 대해(大海) 스님이다.

필자는 스님의 수도 행적을 공부하면서 중세암흑시대에 희망의 불빛이 솟아오르는 듯한 깊은 영감을 받았다. 또한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당시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오로지 자기 종교의 믿음에 동조하지 않으면 ‘이단’ ‘사탄’으로 규정하고 부모형제 이웃, 나라도 소용없는 게 오늘날 종교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를 넘어 이 세상과 우주를 생각하며 몸소 실천하는 모습에서 인류의 희망을 보았고 ‘그래도 좋은 세상으로 가고 있구나’하고 체감했다.

■‘산상수훈’ 안고 교황 만난 스님

각 종교의 근본을 보면 재림주, 미륵불, 정도령이 와서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면서 속히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일부 신흥종교 교주는 재림주, 미륵불이라고 자처하며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은 허무맹랑한 논리로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중심으로 좋은 세상이 이뤄지기를 고집한다면, 또 다른 한 부류가 돼 진정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는 다양한 학교요, 각 종교 경전은 교과서로서 사람을 훈육해 세상을 위해 좋은 일하면서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지 학교가 목적이 되고 교과서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대해 스님은 종교를 초월한 ‘평화의 사도’로서 지난 해 4월26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남북통일과 세계평화의 염원을 담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세계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영화 ‘산상수훈’ DVD를 전달한 바 있다.

대해 스님은 그 자리에서 교황에게 “예수님의 말씀인 산상수훈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산상수훈’은 종교화합, 세계평화 그리고 온 인류가 영원히 아름답고 푸르게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해 놓았습니다. 이 영화에 담겨 있는 뜻과 교황님의 뜻이 같다고 생각해서 교황님에게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라고 영화 ‘산상수훈’ DVD를 전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교황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일들을 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격려의 말씀을 전했다는 것이다. 곧 이어 교황은 영화 ‘산상수훈’에 대한 성원의 표시로 대해 스님과 함께 영화 ‘산상수훈’의 포스터를 맞잡고 기념촬영도 해주었다. 교황의 이 같은 관심과 배려, 기뻐하는 모습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바티칸 성직자들의 한결 같은 전언이라고 한다.

■세상 이롭게 하는 게 진리 목적

스님과 대화 중 마치 ‘살아있는 예수님’과 ‘살아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만남을 보는 것 같았다. 종교 간 벽을 허물고 서로 소통한다는 게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해 스님은 이미 이러한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두 종교의 교조들이 전혀 거리낌 없이 만나는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이다.

수많은 종교지도자들이 평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실천한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이웃 종교 간 대화는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진리는 하나로 통하게 돼 있다. 대해 스님은 모두 본질에 있어 하나라는 ‘산상수훈’의 메시지는 인류가 하나로 화합해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와 가치관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산상수훈’은 교황청 시사회에 이어 카잔 무슬림영화제, 소태산영화제(원불교), 이탈리아종교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많은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수상함으로써 세계인들로부터 종교를 초월해 하나로 화합할 수 있는 종교간 대화와 화합의 장을 만들고 있다.

나의 종교 상징물은 우상이 아니고 남의 종교 상징물은 우상이라고 규정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하는 종교가 있다면 싸움으로 번져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말 것이다. 석가모니 제자가 '산상수훈'을 안고 교황을 만났다고 해서 행여 기독교인들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불교를 폄하하면서 예수에게 굴복했다는 식의 오판이 없기를 바란다. 이젠 예수의 제자가 '반야심경'을 안고 법당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새해를 맞아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옥용/ 민족구심점연구원장·출판인]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