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공감과 경청은 어렵다. 그 이유는 타인을 설득하지 못하면 '실패'라는 사회적인 시선이나 강박관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행위에 능통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의 말 끝에도 종종 총과 칼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고백하자면 사실과 고민을 꾹꾹 담아 기사를 완성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독자에게 공감을 강매하는 장사꾼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글을 완성하는 순간 느끼는 '자부'가 '자만'이 되지 않도록 늘 조심하고 있다.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자주 본다. 백종원 대표의 사업 솔루션을 맥락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백 대표와 식당 대표 간의 대화다. 백 대표의 경우 자신이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 안에서 느꼈던 노하우를 들려준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듣는 자세는 전부 다르다. 의견을 수렴해 변화를 고민하는 쪽이 있는가하면 자만을 자부심이라고 포장해 대응하는 출연자도 있다.

물론 모든 솔루션이 정답은 아니다. TV 프로그램 제작상 연출과 편집도 가미됐을 것이다. 하지만 공감·경청의 측면에서 백 대표의 자세를 보고 있자면 그는 전부 옳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출연자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대부분 끝까지 듣는다.

작가 이기주의 책 '말의 품격'에는 병사들과 술을 자주 마셨다는 이순신 장군의 일화가 등장한다. 단순히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후배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차분히 전쟁을 준비했다고 한다. 리더십은 위가 아니라 같은 높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부분을 직급, 직책, 사회적인 위치 등의 높이로 이해했다면 더 이상 답이 없는 대화 상대다. 조심하기 바란다.

작가 이기주는 그의 책에서 경청은 말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말 사이의 감정,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도 헤아리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공감과 경청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닌 만큼 끝까지 듣고 대화의 방향을 혼자 착각하지 말자. 그러면 사회적으로 '갑(甲)'은 사라지고 관계에는 '겸손'과 '역지사지'가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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