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름이 깊다.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산업의 여건이 어려운데다 반도체마저 하향세에 접어들고, 설비투자 위축과 투자기회 고갈 등 구조적 장기침체 우려가 크다. 설상가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신흥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대외환경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신성장 동력마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잿빛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투자·고용 등 부진한 지표와 소비·수출 등 견고한 지표들이 혼재돼 있지만, 전반적으론 성장세가 약화하는 모습이 잘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단행했고 추진하고 있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그늘'이다. 고용지표 악화가 잘 보여준다.

해외 진단도 비슷하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여파로 고용성장세가 급격하게 위축됐다고 분석한 것이다. 무디스는 고용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무디스는 우리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정책을 직접 거론, 단기적으로 투자 등 내수에 부담을 주고 인건비를 높여 기업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기업 이익을 줄이고 일자리 증가세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디스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기에 우리 정부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통계청의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663만  8천명으로 1년 전보다 겨우 3만 4천명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으니 참담할 따름이다. 실업급여 급증은 고용한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업자의 일자리 구하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 6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5조 224억원)보다 28.5%나 급증한 액수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실패한 경제정책을 전환, 기업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도록 환경 개선에 나서는 게 순서일 것이다. 소득 불평등으로 한정해도 경계를 밀어야 할 상상은 기본소득에 멈추지 않는다. 기초연금, 사회적 일자리, 공공보건의료체계, 조세 등 구조를 바꿔야 할 사항은 한둘이 아니다.

당국의 한국경제 회생 책무가 무겁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활력을 높이는 한편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포용성 강화는 시간을 두고 추진할 장기과제다. 침체 국면에 있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실사구시적 경제정책이 요청되는 이유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지혜 모으기에 힘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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