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 이른바 탈(脫)원전 정책을 좀 더 긴 안목에서 추진해야겠다. 정부는 탈원전 로드맵을 의결, 2017년 기준 24기인 원전을 2031년 18기, 2038년 14기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로드맵은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기 위한 추진방안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은 당장 ‘역풍’을 맞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형 바라카 원전의 장기정비계약(LTMA)을 국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꾼 데 이어 ‘가격 후려치기’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뒤 입지가 좁아진 한국을 상대로 사실상의 ‘적자 계약’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 원자로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국내 첫 수출형 원전이다. LTMA는 15년간 원전의 정비·수리를 책임지는 계약이며 2조~3조원 규모다. 애초 한국과의 수의계약이 예상됐으나 UAE가 지난 2017년 돌연 경쟁입찰로 바꿨다.

이에 맞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현재 UAE를 방문, 에너지·산업부문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탓에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차제에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예컨대 탈원전 정책을 접고 ‘감(減)원전’ 정도로만 궤도를 고쳐도 상대국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로의 원전 수출을 원활히 추진하고 국내 원전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탈원전 정책의 속도를 늦추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론 탈원전으로 가야겠지만, 중간단계로 감원전 방향으로의 소프트랜딩(연착륙)하는 게 옳다고 본다. 노후 원전과 화력 발전을 중단하고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을 긍정 검토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